[비상하는 에듀 클래스]<22>경기문화예술교육에 바란다<上>

지난 한 해 동안 학교 현장과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졌다. 크게 예술강사를 투입해 전문성을 높이고 주5일 수업제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학교 밖 청소년과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 문화예술교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올해도 21세기 창의산업을 이끌 인재 육성과 잠재적 사회 문제 예방의 일환으로 문화예술교육은 진행될 것이다. 더 나은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관련 제도와 현장에서 길어올린 개선점, 발전 방안 등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웹진 ‘지지봄봄’의 기획위원인 강원재 ㅇㅇ은 대학연구소 1소장, 고영직 문학평론가, 박형주 하자센터 교육팀장, 임재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이 모였다.

▲박형주 하자센터 교육팀장(이하 박) = 그동안 문화예술교육현장에서 느낀 이야기 중 학교 안에서 예술교육강사의 역할에 대해 짚어봐야 할 것 같다.

▲강원재 ㅇㅇ은 대학연구소 1소장(이하 강) = 문제는 예술강사의 자존심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술가에게 수업 자체가 하나의 작업이자 퍼포먼스다. 예술강사의 새롭고 현대적인 감각이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바로바로 만나야하는데, 사전에 짜여진 콘텐츠와 교육 시간 등 규정된 것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없다고 한다. 실제로 관련 제도와 지원법을 들여다보니 예술강사 전문인력에 대해 존재적 규정이 아닌 기능적 규정을 해놓고 있었다. 미국이나 뉴잉글랜드 등에서는 예술강사를 전문 예술인으로 규정하는데 우리나라는 문화예술교육을 대행하는 사람으로만 규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영직 문학평론가(이하 고) = 청소년 문제가 아닌 청소년 존재, 노인 문제가 아닌 노인 존재로 볼 때 이 문제가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언어가 우리의 인식을 규정하고 그 인식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며, 사회와 세상이 달라진다. 그만큼 존재적 규정이 중요하다. 현재 예술강사의 기능적 규정은 교육학이나 공무원의 행정 논의가 테크닉을 중시하는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 = 이 제도나 법 문구를 만든 사람 중 예술가는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예술가가 참여했다면 이런 규정이 나올 수 없다. 예술가들이 배재된 상태에서 이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스스로 예술가가 아닌 사람들이기때문에 존재규정 자체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논의 구조 자체도 문제가 있다.

▲박 = 문화예술교육이 부처간 협의를 통해 공교육과 만나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데, 너무 교육화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술을 배울 수 있는 환경과 예술가의 아우라에 빠질 수 있는 교육 분위기가 아니다. 예술강사의 교육도 창조적인 작업이 아닌 가르치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예술적 노동으로 바라보지 않고 기계적 노동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생겼다.

▲고 = 부처간 협의뿐만 아니라 학교 안에 있는 선생님과 밖의 선생님(예술강사)의 손발이 안 맞는것도 문제다. 학교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은 포기단계다. 사실상 학교 밖 강사에게 위탁 관리하는 식이어서, 어떤 학생이 문화예술을 잘하고 국영수를 잘하는 지 전혀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임재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장(이하 임) = 예술 강사 사업의 가장 큰 문제가 사실 그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는 ‘어떤 아이들에게 어떤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교육 프레임을 구성해야 하는데 제도에 맞춰 예술강사를 기능적으로만 분류하고 투입한다. 예술강사 역시 규정에 맞춰 뽑히고 배치받다보니 다른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문제의식을 갖기보다, 단순히 일자리로 보고 자신의 처우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예술강사가 그렇게 많은데도 현장의 변화가 적은 이유 중 하나다.

▲박 = 중간을 열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문화재단이나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학교측에 예술 강사의 교습법을 설명해주기 보다는 이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 예술가이며 사람들한테 어떤 문제의식을 줄 수 있는 지 알려주는 교류의 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고 = 학교에서는 예술 강사 스스로 어떻게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 = 한 문화예술교육현장에서 어떤 작가가 자신의 작품 활동 시작과 끝을 아이들과 모두 체험하며 만들어가는데 이 미적경험이 아이들에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 것을 봤다. 하지만 교육과정이나 학교에서는 문화예술교육자들에게 어떻게 학교에 접근할 것인가만 가르친다. 정작 학교 선생님들이 어떻게 예술가와 작업을 이해해야 하는 지는 가르치지 않는다. 학교 시스템과 교사로서의 역할도 가르쳐야 하지만, 작가를 맞이하는 학교도 그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 공부를 한 학교에만 예술강사를 파견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또 예술강사도 교육을 마치 아르바이트처럼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된 현장에서 예술가로서의 작업과 교사로서의 역할을 균형맞춰 수행한 예술강사를 발견해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

▲임 = 예술 강사 사업은 양성 과정이나 마찬가지인데 양성된다는 것은 고도의 트레이닝이다. 하지만 현재 예술강사는 이 트레이닝 과정이 없고 배치되는 방식이다보니 예술가와 교사로서의 그 간극이 너무 큰 것 같다.

▲박 = 행정적 효율성 때문에 예술가가 우리 학교와 학생에게 필요한 지 점검하지 않고 단순히 예술강사 배치시스템에 따라가는 것 같다. 이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으면 계속 문제가 되고 답을 찾을 수 없다. 지역거점에서라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강 = 좋은 제도라고 생각되는 것 중 하나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다. 각 학교에 파견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통해 교사들은 자신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상담 받고 관련 작업을 할 수 있는 예술가를 추천받는 방식이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가 학교에 상주하면 교사도 예술을 모른다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교육 방법을 찾을 수 있고, 예술가 역시 자신의 작업이 학생들에게 맞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을 떨쳐내고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이것을 시범 사업으로 진행하고 성과를 파악하면 좋을 것 같다.

▲임 = 수원 남창초등학교가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됐는데, 자체계획으로 이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를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센터 역시 그 역할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실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 본다. 결국 문화재단이 고도의 매개역량을 갖춰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역의 문화재단이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관련 제도와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만 굉장히 소극적이거나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강 = 중앙에서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제 문화예술교육위원회가 거버넌스 체제로 구성해 운영돼야 한다.

▲임 = 또 다른 문제는 지역의 문화재단으로 문화예술교육위원회와 교육진흥원이 발의한 유사한 사업이 내려올 때 별개의 결과와 성과를 요구한다. 이 사업이 지역내에서 유기적으로 엮을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두 사업을 구분하기 위해 커뮤니티 아트는 예술프로젝트로, 문화예술교육은 시수 중심으로 프레임을 짜는 등의 형식적인 변별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강 = 문화예술위원회로 통합하거나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문화예술교육위원회로 바뀌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렇다면 지역 안에서 제도적으로 규정된 협의회나 지역에 대한 정책 기능을 풀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세 번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재정과 재원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지역에서 이 법 제도를 창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역조례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 지역조례를 통해 재원과 재정 문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역할을 맡을 협의체든 도와 도의회, 재단, 문화예술 강사, 학교의 교사로 구성된 전담위원회를 구성해 창의적 조례를 만들고 시행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료=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방담회>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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