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에듀 클래스]<23>문화예술교육에 바란다.下

학교 안 교육과 학교 밖 문화를 분리시키는 것이 시대착오적 관행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또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해 교육과정의 재구성과 새로운 방법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을 들어봤다.

<인터뷰 1>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교육과정, 통합적으로 재구성해야"

“교육과정을 모든 학문의 통섭을 바탕으로 통합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최근 ‘미래 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교육’(살림터 刊)을 펴낸 심광현 교수의 말이다.

미래 교육과정의 핵심은 학생이 교육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전제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여기서 ‘문화예술교육’은 단순히 개별교과가 아니라 새로운 차원의 교육이념이다.

“지식이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고 창조하는 ‘문화적 과정’으로 초점을 이동하자는 것. 여기서 ‘문화’는 음악ㆍ미술ㆍ체육 등 좁은 의미가 아닌 예술ㆍ학문ㆍ대중문화ㆍ미디어ㆍ기호체계ㆍ생활문화 전반을 포괄하는 ‘삶의 양식’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심 교수는 청소년의 발달 단계에 따른 교과 과정 개편을 제안한다.

우선 초등교육은 전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중심교과 영역으로 배정하고 언어, 사회, 수리 같은 과목은 중심교과와 연결된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고등학교에선 지식교과를 중심에 세우고 문화예술교육이 보조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중학교 교육은 균형점을 이루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이같은 교과비율은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서 전두엽의 성장속도와 관계를 따진 것이다.

“좌뇌 전두엽의 성장은 완만하게 진행되는데 좌뇌 전두엽이 미성숙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지식 교과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면 뇌의 심각한 불균형은 물론 신체적 성장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좌뇌 역시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왜곡, 편중화되고 우뇌의 활성화는 거의 중단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교육과정을 모든 학문의 통섭을 바탕으로 통합적으로 재구성하고 교과 비율을 재설정해야 하는 이유다.

이같은 통섭과 통합이 교과과정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는 문화부와 교육부처럼 동일한 목표의 유사한 일을 진행하는 정부부처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문화부와 교육부가 서로 협력해야 되는데 이른바 ‘나와바리’(なわばり, 영역) 싸움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문화와 교육은 동전의 양면이다. 문화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교육은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그것을 수용하고 촉진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는 현재 예술강사와 학교 안 교사가 분리돼 소통이 불가능한 것도 이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한다.

심 교수는 거듭 “지금의 문제는 단시일 내에 봉합할 수 없으며 교육과정 전체를 전면 개편하는 과정과 맞물려 중기적으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과정을 함께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2> 이중현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문화예술교육, 학교교육에서 정상화 돼야" 

“교내 문화예술교육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인력, 지역 문화예술단체ㆍ기관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합니다.”

이중현 경기도교육청 장학관은 문화예술교육의 발전 방향을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이뤄지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 동안 학생들이 배우는 미술, 음악 등의 교과는 지식 기능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 특히 문화예술교육마저 암기에 집중하고 클래식 연주 감상이나 유명 화가 전시 등 문화를 향유하는 법조차 잃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이 장학관은 “음악, 미술 교과 영역은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학교 내 교육에서 빠져선 안 될 부분”이라며 “학생들이 교과서에 나온 노래보다 대중가요를 더 신나게 부르는 걸로 미뤄봤을 때 학교 안과 밖의 문화예술교육에 괴리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학관은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를 창의성, 감수성, 사회성으로 나눴다. 그중에서도 사회성을 더욱 강조했다. 문화예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표현하고 나누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어, 영어, 수학에만 시선이 쏠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까지 두루 배우면서 세상을 보는 안목이 자연스레 넓어지는 것”이라며 “문화예술교육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해당 교육이 학교 교육에서 정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장학관은 문화예술교육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로 문화교육예술에 대한 이해도를 꼽았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기능적인 이해만 한 교사는 아이들을 예술적으로 감동시킬 수 없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를 완벽하게 한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게 하는 방식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입시 위주의 교과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음악, 미술이 기타 과목이 되는 한 아이들이 소홀할 수밖에 없어 과학 교과에서 베토벤 음악을 활용해 수업하는 등 모든 교과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이용한 수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지도교사가 부족해 동아리, 특정 학년에 국한돼 있다. 이 장학관은 전교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 내 지역 예술인 작업장 설치, 교사의 문화예술교육 연수 기회 확대 등을 요구했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이 같은 사안들을 인지하고 올해부터 문화예술교육 전담 장학사를 선발해 문제점을 진단, 교내 문화예술교육의 확대를 위해 힘쓸 계획이다.

<인터뷰 3> 호중훈 예술강사ㆍ(사)한국애니메이션 예술인협회 이사 "사업의 양보다 질이 중요"

“문화예술교육 관련 사업의 양을 늘리는 것도 좋지만 질적 향상이 중요합니다.”

예술강사이자 (사)한국애니메이션 예술인협회 이사인 호중훈씨는 현장에서 느낀 문화예술교육의 문제 해결 지향점을 이같이 밝혔다.

현대 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교육지원청, 지역 문화관련 기관, 아동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진행 중이다. 일부 교육은 성격이 비슷하게 중복되기 마련이다.

또 예술강사의 경우 많은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을 예술로 변화시켜야겠다는 점과 수업 진행횟수에 대한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깊이 있는 교육이 어려워진다.

호 강사는 “소관 부처가 나뉘어 있어 프로그램도 많아진다”며 “천만원짜리 10개 보다 5천만원짜리 2개를 만들어 심사를 강화하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 이어질 수 있는 질 높은 공모사업이 늘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강사 입장에서 양이 많아진다는 것은 예술교육을 할 수 있는 그라운드가 넓어지는 것이지만 좋지만은 않다”며 “예술교육 성과는 강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므로 강사 간의 협력을 통해 질 높은 새로운 것들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 강사는 현장에서 초ㆍ중ㆍ고등학생을 모두 가르치면서 실제로 예술로 변화하는 아이들의 과정을 확인했다. 그중 자신이 진행하는 만화ㆍ애니메이션 수업을 통해 진로를 결정했던 고등학생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엔 관심 없고 방황 하던 한 고등학생이 수업 뒤 자기가 창작한 그림을 보여주더라고요. 나중에 미대에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어느 대학을 가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상담을 해줬어요. 예술을 통해 창작의 즐거움을 느낀 학생에게서 변화가 나타난 거죠.”

교육 현장에서 오히려 더 많은 가르침을 받는다는 호 예술강사는 아이들이 내면에 감춰져 있는 색깔을 문화예술교육으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에 한 시간뿐인 문화예술교육이지만 그 수업 자체가 아이들이 갇혀 있는 밀봉된 봉지에 구멍을 뚫어주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공교육에선 감성, 인성, 창의성을 채워줄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다. 이 역할을 대신해 줄 전문성을 가진 예술강사가 아이들을 찾아가는 이유다.

“예술과 교육 두 개를 봤을 때 어울리는 게 있는 반면 어울리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보수적인 부분이 있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의 아이들의 변화를 유도하는 수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자료제공 : 경기문화재단 경기예술교육지원센터>

류설아기자ㆍ장혜준 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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