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에서 놀자]<28>과천문화원 청소년사이버기자단 ‘효담보담’

孝신문 만들며 청소년 인성교육 다져 '1석 2조'

옛날엔 부모가 돌아가신 이후 3년 동안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에 대한 보은과 효도를 다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삼년상을 지냈다. 공자는 부모님 은혜를 갚고자 한다면 삼년상도 짧다고 했다. 요즘엔 삼일 장례로 끝낸다. 그렇다고 효의 의미나 중요성이 작아진 건 아니다.

효는 우리가 가꾸고 발전시켜 미래의 시대에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자, 가치다. 그리고 효는 타인에 대한 사랑의 ‘첫걸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효는 시대에 따라 ‘효도선물’, ‘효도관광’ 등 방법적으로만 성장해왔다.

과천문화원(원장 이영구)은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효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효를 주제로 한 기자단이라. 독특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2010년 처음 구성돼 3기째 맹활약 중

청소년사이버기자단 ‘효담보담’은 이름부터 남다른다. 효담(孝淡)은 말 그대로 ‘효 이야기’다. 거기에다 ‘어느 누구보다 바른 삶을 살자’라는 뜻의 ‘보담’을 합쳐 ‘효담보담’이라고 학생들이 직접 기자단 이름을 지었다.

2010년 1기를 시작으로 2011년 2기, 2012년 3기까지 해마다 15~20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기자단은 3년째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 2기 기자단은 중ㆍ고등학생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다 활동의 폭을 넓여보자는 취지에서 3기 때는 어린 초등학생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효담보담’은 학생기자로 활동하면서 과천을 알리고 청소년에게 효가 무엇인지 알게 하고 사랑과 공경에 대한 의식이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래서 특별한 조건이나 까다로운 면접, 실기시험이 없다. 오로지 효 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초ㆍ중ㆍ고등학교)들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학생 중에는 효담보담 기자단 소식을 듣고 수원, 안양 등 인근 지역에서 찾아온 이들도 있다.

■ 국내 유일의 ‘효’를 테마로 한 효신문

그렇다면 효담보담 기자의 차별화된 점은 무엇일까.

효담보담은 단순하게 기사작성법만 배우지 않는다. 어른 기자 흉내내기식 수업도 없다. 기자단은 4월부터 12월까지 월 1~2회 정기 모임과 온라인 카페를 통해 활동하게 된다.

기자단 임명장 수여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취재 및 기사작성법, 인터뷰 기술 익히기, 효 문화에 관한 정보수집 활동, 효담보담 신문 발간이 주요 활동이다. 그리고 역사와 논술을 배우고 신문제작과 홈페이지 운영체계 프로그램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강의는 현직 기자가 책임지고 한다. 취재원 섭외, 질문방문, 기사작성, 사진촬영, 교정ㆍ교열 등 일련의 과정들을 모두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자가 직접 강의하고 지도한다. 그야말로 밀착지도다.

기자단이 발간하는 신문은 ‘효’를 테마로 하는 국내 유일의 효신문이다.

2010년 9월 30일 ‘효담보담 창간호’에는 한국효문화센터가 주최하고 과천문화원과 과천향교 주관으로 열린 ‘세대가 공감하는 효 포럼’이 1면을 장식했다.

특히 조선시대 효자인 입지(立之) 최사립(崔斯立)의 효행을 알리기 위한 ‘제1회 입지 효 문화제’의 생생한 현장을 담았다. 조선 중종 때 과천에서 태어난 최사립은 부모를 극진히 봉양해 ‘동국신속삼강행실도’, ‘과천군읍지’ 등에 그의 효행이 기록된 인물이다.

이처럼 효담보담 기자단은 효를 주제로 인물, 백일장, 한시 짓기, 사진 콘테스트, 문인화 그리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 현장으로 달려가 생생한 소식을 취재했다.

이와 함께 <효행실천 10가지> 기사를 보도해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게재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11년 7월 14일 발행한 제3호 신문에서는 △온온사를 찾아서 △과천의 효자 최사립의 효행을 추모하는 입지효문화축제 현장 스케치 △경기소리전수관 △부모님을 위한 미역국 만드는 방법 등의 다채로운 기사로 신문을 꾸몄다.

■ 효녀ㆍ효자되고 기자활동도 하고 1석2조

학교도 다르고, 사는 지역도 다르고, 학년도 다른 학생들이 효신문을 제작하는 일은 만만치 않는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담보담 기자단원들은 2011년 11월 30일자 4호 신문까지 발행했다. 학생들은 효담보담 활동을 하면서 무엇보다 가족간의 관계가 좋아졌고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단순하게 기사쓰는 법, 취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을 뛰어 넘어 지역의 효와 관련된 문화제나 문화유산 그리고 인물을 취재하면서 효의 가치를 스스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 특히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효담보담 활동이 부모와의 관계에 있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효’란 일상에서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함께 하는 것, 부모님을 위하는 진정한 마음이 ‘효’라는 것, 큰 것 보다도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쳤다고 했다.

또 효담보담 활동덕분에 대학에 합격한 학생도 있다. 바로 정우진양(과천외국어고등학교 3년)이다. 정우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게시판에 붙은 기자단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

장래희망이 PD였던 정양은 효담보담 초창기 멤버로 3년 활동했다. 바쁜 학업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한 정양은 올해 입학사정관으로 서강대학교 중문학과에 입학했다.

정우진양은 “입학사정관을 준비하면서 3년 동안 학생기자로 활동하면서 익힌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정확한 의사전달력이 합격에 주효했다”며 “무엇보다 3년 동안 활동하면서 정든 기자단 동생, 친구들과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만든 것이 고등학교 때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구 문화원장은 “과천은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한 효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추운 겨울날 벽에서 칡꽃을 피게 한 ‘벽상가화’의 주인공인 효자 최사립의 고장”이라며 “이에 걸맞은 기자단을 운영하는 것은 지역사회와 문화원의 책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무조건적인 희생을 기본으로 하는 과거의 효에서 가족 구성원간의 화합과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정신적 가치인 효를 실현해야 하며 즉,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에게 효교육은 도덕교육이나 인성교육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며 “앞으로 효담보담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_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