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위탁' 학생건강검진 더 나아진게 없네

항목은 기초적, 의료진은 형식적 태도에 학부모들 분통

병원에서 실시하는 학생 건강검진 항목이 단순하고 기초적인데다 의료진의 태도 역시 형식적이어서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초등학교 1, 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학생 건강검진은 지난 2006년부터 기존 학교 자체 신체검사에서 병원 위탁 건강검진으로 바뀌었다.

전문 검진기관에서 하는 게 좀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은 학교에서 하던 형식적 신체검사의 연장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학생이 많이 몰리는 방학기간에는 쫓기다시피 이방 저방 돌다가 검진이 끝난다는 불만도 높다.

지난해 10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데리고 인천시 남구의 한 건강검진 전문기관을 찾은 김모씨(39·여)는 30분 정도 걸린 검진시간 중 20분 이상은 대기시간이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김씨의 아들은 줄을 서서 기다리다 검진실에 들어가면 미리 기다리고 있던 2~3명의 다른 학생 때문에 또 한참을 기다려야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검진 항목도 키와 몸무게 등 기초적인 것 위주였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남동구 한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김모군(17·고 1)은 검진 전 받은 구강 및 내과 문진표에 충치와 알레르기 등 자신의 신체 상태에 대해 상세히 기재했지만, 막상 검진을 받을 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김군은 “의사 선생님이 문진표를 보지도 않고 ‘혈압 정상이네, 이빨이 좀 삐뚤삐뚤하게 났네’라는 식으로 얘기만 하고 지나갔다”며 “단순히 이빨 모양 얘기만 듣고 보니 뭣 때문에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청은 개별 학교에 관련 예산만 배정해 내려줄 뿐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만큼 문제가 있다면 법령 개정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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