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가족·친지와 오손도손
우리가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단순히 긴 휴일 때문만은 아니다.
명절에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ㆍ친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바쁜 생활 탓에 소홀했던 정을 나누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명절이란 그저 차례를 지내고 밥을 먹고 세배를 하는 형식적인 만남이 된 것은 물론 스마트폰 게임에 눈을 못떼는 아이들까지 점점 분위기가 삭막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계사년 설에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추억을 찾아 가족과 함께 민속놀이를 하면서 짧지만 알찬 시간을 보내보는건 어떨까.
■ 널뛰기
정초에 주로 여성들이 놀던 널뛰기는 몸을 공중에 솟구쳐 다리에 강한 힘을 주고 몸의 균형감각을 길러주는 놀이이다. 긴 널빤지의 중간에 둥근 짚단을 받치고, 양쪽에서 서로 균형을 잡아가며 발로 굴러서 서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반복한다.
널뛰기에 대한 유래는 다양한 편이다. 옛날 죄를 지은 두 남자가 옥 속에 갇혀 있었는데 이들 부인 중 한 사람이 옥에 갇혀 있는 자기 남편의 얼굴을 보고 싶어 다른 죄인의 아내와 공모해 널을 뛰면서 담장 너머 옥에 갇혀 있는 남편들의 얼굴을 엿보았다는 것이 첫번째다. 또 담장 안에 묶여 있던 부녀자들이 세상 밖을 보고 싶어서 널뛰기를 해 몸이 공중으로 높이 솟을 때 담장 밖의 세상 풍경과 남자의 모습을 훔쳐 보았다는 설도 있다.
발바닥 단련을 통해 건강한 발을 유지함으로써 널을 뛰면 시집가서 아기를 잘 낳는다거나 반대로 처녀 시절에 널을 뛰지 않으면 시집을 가서 아기를 낳지 못한다는 속설이나 정초에 널뛰기를 하면 일년 중 발에 가시나 못이 찔리지 않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설도 있었다.
특히 가평군 북면, 포천군 일동면 유동리, 김포시 통진읍,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서는 1월16일 귀신날에 널을 뛰는 것을 귀신 대가리 깬다고 하며 귀신을 쫓기 위한 풍습으로 전해졌다.
널을 뛰는 방법은 지방에 따라 다양한데, 고양시 일산동구 문봉동에서는 보통 양쪽에 한 사람씩 2인이 뛰며 한 사람이 가운데에 앉아서 균형을 잡아 준다. 몸무게가 맞지 않을 때에는 몸무게가 적은 사람에게 널을 많이 주어 균형을 이루는데, 이것을 밥을 준다고 한다.
공중동작도 한쪽 다리 벌리기, 양쪽 다리 벌리기, 다리 앞으로 뻗기, 치마로 받는 시늉하기 등이 있다.
■ 연날리기
바람을 이용해 연을 하늘에 띄우는 민속놀이로, 종이에 가는 대나무가지를 붙여 연을 만들고, 얼레에 감은 실을 연결해 날리는 방식이다.
대개 음력 12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서서히 연날리기를 시작하고, 정초 세배와 성묘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마을 앞이나 갯벌에서 띄우며, 정월 대보름 수일 전에 그 절정을 이뤘다고 한다.
연날리기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647년에 선덕여왕이 죽고 진덕여왕이 즉위하자 비담(毘曇)과 염종(廉宗)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김유신 장군이 반란군을 평정하기 위해 연을 만들어 전략적으로 이용했다는 내용이 삼국사기에 나온다.
연싸움에 대한 세시풍속은 ‘연줄 끊어먹기’와 ‘연 높이날리기’가 있는데 연싸움은 쌀밥이나 민어부레로 만든 풀에 유리가루나 사기가루를 섞어서 연줄에 발라 상대방의 연줄을 끊는 것이다.
연날리기는 다양한 연의 종류에서 찾는 재미도 있다.
꼭지연은 연의 이마 가운데에 둥근 원형의 색지를 붙인 연으로, 바탕색이 백색이며, 꼭지의 빛깔에 따라 연의 명칭이 결정된다. 먹꼭지(먹구다리)연·청꼭지연·홍꼭지연·금꼭지연·쪽꼭지연·별꼭지연 등이 있다. 반달연은 이마 가운데에 반달형의 색지를 오려 붙인 연을 말하며, 치마연은 상반부는 백색 그대로 놓아 두고, 하반부만 여러 가지 빛깔을 칠한 연이다. 또 동이연은 연의 머리나 허리에 색칠을 한 것, 초연은 연의 꼭지만을 제외하고 전체를 동일한 빛깔로 칠한 것, 박이연은 연의 전체나 일부분에 동전 크기의 점이나 눈, 긴 코 같은 모양을 박은 연을 말하며, 발연은 연의 맨 아래나 좌우 가장자리에 발 모양의 종이를 붙인 연이다.
■ 윷놀이
아직까지 가장 친숙한 민속놀이로는 단연코 윷놀이가 꼽힌다. 윷놀이는 정설로 꼽히는 유래가 없지만 부여의 관직명인 저가(猪加)·구가(狗加)·우가(牛加)·마가(馬加)·대사(大使)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하는 가설이 유력하다.
윷놀이는 윷과 윷판 및 윷말 등 간단한 도구만 준비되면 어디에서나 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구와 방법은 단순하지만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변수들이 흥을 돋우기도 하고 탄식을 자아내기도 한다.
윷말은 ‘참’에서 시작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고, 놀이꾼이 윷을 던져서 나온 윷패에 따라 도·개·걸·윷·모로 결정된다. 윷놀이는 오랜 세월 동안 전승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 중의 하나가 윷패의 변화이다. 윷패는 도·개·걸·윷으로 일컬어지는 사진법 놀이에서 도·개·걸·윷·모로 일컬어지는 오진법 놀이로 바뀌었다. 그러나 지금은 뒤도가 하나 더 생겨나서 육진법의 놀이로 변화됐다.
뒤도란 윷 하나에 특정하게 표시하여 놀이를 할 때 이것 하나만 젖혀지면 뒤로 한밭 물러나 많은 변수를 초래, 더욱더 흥미를 자아낸다.
■ 투호
일정한 거리에 병을 놓고 편을 갈라 병 속에 화살을 던져 넣는 놀이로 최근 민속마을에 가면 접하기 쉽다. 투호는 중국 한나라 이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손님 접대의 수단이 되기도 했고, 주로 왕실이나 귀족층의 놀이로 발달해 왔다.
언제 우리나라에 도입됐는지는 자세하지 않지만 고구려의 풍속에 연회를 즐기고 투호와 축국(蹴鞠)을 행했다고 기록돼 있다. 투호는 삼국시대 이래 조선시대 말까지 유교적 예법을 익히는 하나의 수단이자 놀이의 도구로 이미 오래된 예법을 실천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그러나 근대와 현대시기를 거치면서 일반적인 놀이로 대중화되어 갔다. 노는 법은 일정한 장소에 둔 병을 향해 일정한 위치에서 살을 던져 병 속이나 귀에 던져 넣으면 되는데, 살이 꽂히는 데 따라 득점이 정해진다. 투호를 할 때 쓰는 병의 종류나 크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화살의 크기 또한 다양하다. 던지는 위치는 병에서 2살 반, 즉 3자 가량 떨어진 거리이며, 한 사람이 살 12개를 가지고 승패를 다툰다.
살은 병의 위로 5치 가량 되는 데서 수직으로 떨어지게 한다. 이기는 것을 현(賢), 지는 것을 불승(不勝)이라 하며 한 번을 일호(一壺)라 한다. 그 점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헌배(獻盃)·벌배(罰盃) 등이 행해진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던지는 사람의 양쪽 어깨가 균형을 취할 것과 어깨가 기울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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