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환상선 눈꽃열차- 1월의 봄

1월의 마지막 날, 여느 해보다 혹독했던 추위가 잠시 멈춰 3월 중순에 해당하는 날씨다. 눈꽃 열차에 오르니 마치 1월의 봄 여행 같다. 보슬비가 잠시 스치더니 눈부시게 포근한 설경이 펼쳐진다. 환상(幻想)이란 비현실계의 상념이 아닌 환상(環狀), 즉 서울역을 출발해 제천, 추전, 승부, 풍기, 단양을 거쳐 돌아오는 고리형태의 순환열차다. 탄광촌 사북 고한을 지난다. 이런 지명은 그 이름만으로도 사마르칸트나 타클라마칸 같은 흥분을 준다. 석탄가루 섞인 잿빛 눈이 선로에 흩어진 추전역. 매봉산 꼭대기의 풍력발전기 도는 풍경이 이국적이다. 이어진 협곡 속에 승부역이 나타났다. 이곳에서 먹는 우거지 국밥에 막걸리한잔은 술과 안주라는 관계의 의미를 새삼 고찰케 한다. 열차카페의 통유리로 보는 차창 밖 풍경은 소설 같은 인생역정이다. 幻想과 回想사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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