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 사랑이야기'…하남시 역사의 뿌리를 찾는다
그러나 시로 승격한지 이미 2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하남은 역사적 정체성이 미비했다. 공동체 의식을 추구할 기제가 필요했다. 이에 하남문화원은 역사적 콘텐츠를 개발하고 발굴하기 위해 2009년 그 첫발을 내딛었다.
■ 하남에서 동아시아까지, 가볍지 않은 여정
2009년 하남문화원은 ‘도미설화 학술대회’를 통해 하남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가볍지만은 않은 여정에 올랐다.
우선 도미설화의 발원지가 하남임을 알리려는 노력이 2009년에 시작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두 번째 학술대회를 가졌다. 한성백제시대의 도읍지가 하남일대일 것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재검토하는 대회였다. 공주와 부여가 백제시대의 185년을 보낸 백제 도읍지라고 한다면, 나머지 500년은 한성백제시대가 된다. 즉 백제시대의 2/3에 해당하는 시간이 한성시대인 셈이고, 하남시 춘궁동 일대가 백제의 첫도읍지였다는 역사적 근거를 다시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리였다.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에는 문헌자료를 분석하거나 출토된 유물을 가지고 삶을 추정하고 복원하는 방식과 지명을 통해 상황을 증명하는 방식이 있다. 2010년에 진행된 학술대회에서는 백제 지명 학술 대회라는 제목을 가지고 백제지명 한홀(漢城)과 그 예속지명, 하남시 지명과 유적으로 복원한 한성백제 역사에 대한 토론문, 하남시 일대의 지명 변천 이렇게 3섹션으로 나눠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하남 일대에서 백제유물이 출토되지 않았다는 공식 발표로 인해, 지명을 연구하는 방식을 택해 학술대회를 진행한 것이다.
한성 백제 왕성이 하남에 있었다는 것은 단지 하남시에 과거 왕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백제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아가 고대 동아시아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하남문화원에서 진행하는 일련의 행사들이 가볍지 않은 이유다.
하남문화원은 학술대회를 통한 역사적 사실의 근거를 제시하는 동시에 도미설화의 발원지로서 하남시민들과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에게 설화를 널리 알리는 작업을 기획했다.
2010년 한국문화원연합회 주관 향토사대중화사업 공모에 응하기로 하면서 하남시의 역사적 정체성을 대중화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무용-도미와 아랑의 사랑과 꿈’을 타이틀로 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인 나누리 예술단(단장 박진희), 청소년 역사문화교육원(원장 김성호), 한국고전 설화와 콘텐츠화에 관심이 있는 교수(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최래옥) 등 관계자들이 연계하면서 창작품 ‘찾아가는 내 고장 이야기 -도미와 아랑의 사랑과 꿈’이 그 형태를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또 주목할 만한 것은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관점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미설화 공연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25명은 무용전공자와 비전공자가 반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여자들은 도미설화를 극화하는 과정에 스스로 의견을 내놓았다. 설화의 내용과 등장인물 분석을 통해 각각의 표현 동작까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면서 적극적으로 제작에 개입했다.
3개월간의 제작기간, 3개월간의 공연기간을 통해 10개 초등학교에 찾아가는 공연과 시민 공연으로 마무리 됐다.
도미설화를 기초로 만들어진 2010년의 이야기가 있는 무용극은 2011년 노래와 무용이 있는 뮤지컬 형태로 다시 제작됐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 본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은 도미설화를 기본으로 연극, 국악창극, 판소리, 창작 애니메이션, 캐릭터 제작 등에 관심을 보임으로써 도미설화를 기초로 한 하남시만의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콘텐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제대로 된 하나의 콘텐츠가 있다면 이것을 근간으로 다른 여러 문화 창작물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복안인 한편, 도미설화를 하남시의 문화원형으로 삼고자하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은 한성백제 옛 도읍지 위례임을 알리는 조용한 선언이기도 하다.
글_김설 자유기고가
▲1단계
2010~2011년에 제작된 도미설화 창작 무용극을 토대(삼국사기 도미부인 열전을 원전으로 삼음)로 2012년 지역 극작가의 감수를 거쳐 만든 창작 대본을 완성, 이를 뮤지컬 작곡 전문가와 연출가의 지도를 통해 하남시의 청소년과 시민이 함께 출연하는 창작 뮤지컬을 제작한다. 이후 극장 공연과 찾아가는 지역 내 공연을 통해 내 고장 설화가 창작 예술 작품으로 문화콘텐츠화한 결과를 공유한다.
▲2단계
2013년에는 창작 뮤지컬 대본을 토대로 애니메이션 창작 대본을 확정한다. 애니메이션 ‘도미와 아랑의 사랑 이야기’(가칭)를 만들어 전자 출판과 동영상 보급으로 작품 향유 계층을 확대한다. 아울러 기 사업의 과정과 진행 중인 사업의 내용 요소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축해 도미설화가 하남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시의 문화예술 단체와 공동 사업으로 전개하고 그 결과를 지역 축제나 공연 등을 통해 공유한다.
▲3단계
2010~2013년 이뤄진 도미설화의 문화 콘텐츠화 사업을 진단 평가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도미설화 인물 캐릭터’를 창출한다. 도미설화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을 역사 문화의 전형으로 구현한 후 기존에 창작된 도미설화 무용극과 뮤지컬 및 애니 등을 상설 관람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연장 및 박물관을 마련한다. 이를 시만의 특화된 문화예술 관람 명소로 조성하는 한편, 도미설화를 시와 경기도의 대표적인 지역 브랜드로써 다각적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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