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러시아 외교 변화는 미지수…한·러관계 발전 지렛대役 기대

인천-러시아 친선, 한-러 교류로 이어지나

송영길 인천시장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한·러 간 경제협력에 관한 구두 메시지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송 시장의 방문이 한·러 간 교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송 시장은 러시아 방문을 마친 뒤 적은 시정 일기를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박근혜 정부와의 협력을 부탁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동의했다. 한·러 간 협력방안에 대해 한국 측에 전달할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생각이며 한·러 관계 발전에 구체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제안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송 시장은 “한반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4대 강국 중 우리나라는 미·중·일 전문가와의 인맥은 많아도 러시아 전문가와의 인맥은 약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러시아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은 대단하므로 한·러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인천이 한·러 관계 발전에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시장이 광역자치단체장 자격으로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내 권력 3인자를 만나 주요 현안을 협의한 것은 인천은 물론 대한민국의 격을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한·러 간 국제 교류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이 직접 훈장을 수여하는 등 송 시장에게 보여준 이례적인 예우는 송 시장 개인보다 인천과 대한민국에 대한 호의와 예우인 만큼 교류를 확대할 기회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세계 5대 해양 강국이자 세계적 수준의 각종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명태와 가스, 석탄 등 자원도 풍부해 앞으로 한국과 중요한 경제적 관계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러시아 경제 교류 확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는 지난 24일 이번 러시아 방문을 통해 인천의 위상과 인천시민의 자긍심을 높인 송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인천과 러시아 간 우호관계 증진 기대감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면담에서 “최근 수십 년간 한·러 관계가 매우 좋았으며, 이러한 한·러 관계는 남·북한 평화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기업(삼성과 현대)이 러시아에서 자동차, 전자 분야에 투자해 큰 역할을 하고, 나로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우주개발 분야도 양국 간 협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며 호의를 표명했다.

그는 특히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가 2020년 엑스포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9월에 열리는 개최 도시 선정에서 한국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협조를 요청해 앞으로 한·러 교류 활성화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이번 송 시장의 러시아 푸틴 대통령 방문이 그동안 미국과 정치적 관계 등을 감안해 거리감을 조정해 왔던 중앙 정부의 대 러시아 외교 방침에 얼마 만큼의 변화를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송 시장의 푸틴 대통령 방문을 주선한 정헌 러시아 총영사관 명예대사는 “송 시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박근혜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부탁했고, 푸틴도 화답한 만큼 중앙 정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 맺어진 인천과 러시아 간 좋은 관계가 한국과 러시아 간 국제 교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제홍기자 jhyou@kyeonggi.com


<인터뷰> 정헌 러시아 명예 총영사 "한·러 교류 발전의 초석 기대"

“인천과 러시아의 특별한 인연이 대한민국과 러시아 간 국제 교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정헌 러시아 명예 총영사(전 모스크바대학 교수)는 인천과 러시아의 관계가 한·러 교류 발전의 초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과 러시아 간 교류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송 시장의 푸틴 대통령 면담 주선과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컨사바토리의 인천 분교 유치를 지원하고 있다.

-푸틴 방문 효과는.

송 시장이 훈장 받는 장면이 TV를 통해 러시아 전 지역에 생중계됐다. 인천과 대한민국을 러시아 전 지역에 알렸다. 수백억 원을 들여 광고하는 것보다 더 큰 외교적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및 컨사바토리 조기 유치가 가능한가, 유치 효과는.

빠르면 올해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주요 지도자 대부분이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출신이며, 컨사바토리는 세계 음악계가 컨사바토리와 비 컨사바토리로 구분될 정도로 명문이다. 송도 글로벌 캠퍼스의 격을 한층 높일 것이다.

-문화 교류 계획은.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볼쇼이 아카데미 공연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총영사관 주체로 인천에서 지난해부터 열고 있고 ‘러시아 음악의 밤’을 오는 4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인·러 간 경제·과학기술 교류도 가능한가.

인천은 연구 기술 인프라가 부족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인천이 국내 대기업 유치 등을 통해 연구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충해야 가능하다.

-광역자치단체 차원의 러시아 정부 교류가 한계가 있지 않나.

광역단체가 할 수 있는 교류와 중앙 정부 차원의 외교는 구분된다. 하지만, 중앙 정부가 미치지 못하는 외교는 자치단체나 민간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송 시장의 러시아 방문은 중앙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류제홍기자 jhyo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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