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파사성

떡방앗간의 가래떡이 꾸역꾸역 쏟아져 내리는 장바닥을 꺼벙하게 걸어가는 거리는 온통 나른하다. 뚝배기를 핥던 파리한마리가 춘곤증에 꾸벅거리는 순댓국밥집 안에서 주인아줌마의 하품이 아지랑이처럼 나풀대는 불가피한 생리적 봄. 후배나 불러 오소리감투에 쐐주 한잔 걸칠까 하다가 그만두고 엉거주춤 돌아오는 춘 삼월. 신라 파사왕 때 축성한 파사성에 올랐다.

허물어진 산성은 임란 때 유성룡의 건의에 따라 승군을 동원 더욱 확대해 쌓았다고 한다. 비교적 잘 보존된 산성이지만 조선후기에 남한산성의 비중이 커지자 쇠락한 것이라고 한다. 산 아래 남한강 이포가 선경처럼 아름답게 펼쳐졌다. 유성룡이 이곳에서 시 한수 지었다는데 낯선 이포보가 심기를 거슬린다. 에라, 목구멍의 황사나 씻으러 가자. 천서리 막국수에 편육 곁들여 결정적으로 한잔 꺾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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