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품 같은 푸근한 산에서… 마을ㆍ주민 무사안녕 기원
특히 3월 삼짇날은 최고의 길수로 3이 중첩된 날이다. 그래서 음력 3월 3일은 중삼일(重三日)이라 하여 봄의 양기가 충만한 날로 기록돼 있다. 이를테면 ‘강남으로 간 제비가 중삼일에 돌아온다’ 말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그리고 고구려 유리왕은 3월3일에 돼지와 사슴을 사냥해 하늘과 산천에 제사를 지냈고, 신라시대에는 매년 다례를 올렸다. 지금도 사당에 모신 조상에게 봄ㆍ가을로 시제를 지낼 때면 주로 3월3일에 춘향제(春享祭)를 지낸다. 또 삼짇날은 산신제를 지내는 지역도 많다.
지난 4월 12일(음력 3월3일) 정오, 남양주시 화도읍 천마산 관리사무소 위 소운동장에서 ‘제16회 천마산 산신제’가 엄숙하게 거행됐다.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가 자연스럽게 산으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남양주시도 크고, 작은 산을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를 구축해왔다.
남양주시는 크게 동북부의 산지와 서남부의 분지로 구분된다. 동북지역에는 주금산(813.6m), 축령산(879m), 천마산(812m), 운길산(610.2m)과 서쪽으로는 수락산(637m), 불암산(509m)이 솟아 있다.
특히 화도읍과 진접읍 경계에 있는 천마산(天摩山)은 남양주시민들에게 푸근한 어머니 품과 같은 존재로 사랑받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천마산으로 사냥을 왔을 때 “이 산은 매우 높아 푸른 하늘에 홀(笏·조선시대에 관직에 있는 사람이 임금을 만날 때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이 꽂힌 것 같아 손이 석자만 더 길었으면 가히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手長三尺可摩天).”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때부터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라는 하여 천마산이라 불리게 됐다.
또 산세가 험하고 봉우리가 높아 조선시대에는 임꺽정이 이곳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꺽정바위’로 불리는 바위가 남아있다.
이 질문에 이용복 남양주문화원장은 “향토의 전통 민속 문화유산을 보존·계승하고 남양주시의 번영과 시민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삼짇날에 민속 산신제를 16년째 거행해 오고 있다”며 “이는 민속신앙이 샤머니즘에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통민속 행사를 이어오면서 마을 주민의 화목 및 단결을 도모하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마을공동 의식의 축제로 승화되는 민족고유의 혼이 담겨 있음을 주지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신제는 고대사회에서부터 있어 온 대규모적 제천의례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신인합일사상(神人合一思想)에 근거하고 있다. 산신제의 전통이 오늘날에 와 마을 또는 지역 단위의 소규모 행사로 축소되면서 본래 의미보다는 축소된 게 사실이다. 현대의 산신제는 오히려 지역민 보호와 마을 안녕 추구가 주 목적이 됐다.
아쉬운 게 있다면 천마산 산신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박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독립성, 이합집산을 특징으로 하는 아파트에 거주하다보니 천마산을 매개로 한 향토문화,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동체의식이 낮을 수밖에 없다.
아파트 문화는 산업화 및 도시화, 서구화와 궤를 같이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 고유의 향토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남양주시도 급격한 도시발전과 팽창 속에서 큰 도시로 성장했다. 그 가운데 삼짇날 진행되는 남양주시 주민들을 위한 천마산 산신제는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과거와 친하게 지내는 방법 중에 하나다. 새로운 미래도 결국에는 과거를 통해 만들어지고 미래의 정답은 과거에 있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글ㆍ사진_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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