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수원 공방거리를 아시나요?

낡은 건물에 굳게 내린 철문, 골목골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산한 기운으로 을씨년스럽기만 했던 그곳. 4 년 여전의 수원 공방거리(행궁길) 모습이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화성행궁 옆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행궁길은 외로웠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마저 뚝 끊기게 했던 행궁길이 몇 년 새 180도 달라졌다.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말마다 공예체험 행사와 다채로운 먹을거리 향연이 펼쳐지는 등 과거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넘쳐 흐르는 활기가 이를 방증한다.

행궁길은 입구부터 남다르다. 공방거리라는 콘셉트에 맞게 솟대가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 예로부터 수호신의 상징으로 마을 입구에 세운 장대였다는 솟대가 다양한 높이와 알록달록한 색채를 뽐내며 행궁길 초입에 자리 잡고 있어 기념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이 솟대는 행안지모(행궁 아이들 안전 지킴이 모임)가 중심이 돼 이음새작업실을 운영하는 이병렬 작가와 남창동 지역주민이 함께 제작해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최근 새로 생긴 나눔갤러리도 주목할 만하다. 수원문화재단이 공방작가 인큐베이팅, 공방확대를 통한 아름다운 행궁길 활성화 추진을 위해 야심 차게 마련한 공간이다.

현재 수원지역에서 활동 중인 박인자씨(전통자수)와 김향희씨(와이어공예)가 입주해 있다. 지난달 입주한 이들은 한 지붕 두 가족이다. 한 공간을 반으로 나눠 각자 분야의 작업을 펼치기 때문.

경기도우수관광기념품공모전, 전국 관광기념품공모전, KDIB전통공예산업대전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박 작가는 전통자수를 기반으로 인근 공예작가와 협업을 통한 작품제작을 기획 중이다. 김 작가는 와이어를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 만들기 등 창작의 재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역주민, 관광객 등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김향희 작가는 “나눔갤러리에 입주한 뒤 매일 신난다. 다른 분야 공방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 교류도 할 수 있다”며 “와이어공예와 다른 공예를 접목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입주 이후 갤러리를 알리기 위해 1층에 작품을 내놓고 홍보했었다”며 “5월 말에 열리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 설치할 물고기등을 다른 분야 작가, 시민들과 만들며 나눔갤러리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행궁길 인근에 위치한 화성홍보관에서는 공방 열풍에 이어 문학창작 바람도 불고 있다. 시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고 있는 ‘수원 남창동 최동호 시인 문학창작 교실’이 바로 그것.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60명의 1기 수강생이 수업에 참가한 데 이어 지난 3월 입학한 2기 수강생 40명이 문학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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