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부터 독립된 교육? 행정 자치와 구분된 교육 자치? 그런 건 없다.
교육이 정치에 뒤섞인 게 2009년이다. 직접 선거로 교육감을 뽑으면서다. 아무개는 여당이었고, 아무개는 야당이었다. 투표장을 찾는 도민들은 다 알았다. 후보들 역시 소속(?) 정당의 색깔을 알리는 게 관건이었다. 후보마다 기호 1번과 기호 2번에 매달렸다. 그 기호 1번을 정당과는 무관한 ‘강’씨 성을 쓰는 후보가 가져갔다. 투표에서 12.9%를 얻었다. 7.2%p 차이로 1등을 빼앗긴 여당 성향의 기호 4번은 ‘한나라당=1번’ 때문에 망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2010년 교육감 선거는 한 발 더 나간다. 야권의 시장ㆍ군수, 도지사 후보들이 일찍부터 교육감을 찾았다. 인기 상한가를 치던 ‘무상급식 교육감’에 얹혀가려는 정치행위였다. 여기에 맞서는 한나라당의 전략도 속 보였다. 대통령의 교육을 보좌하던 정권 핵심을 후보로 냈다. 선거 지원을 위해 중앙당과 경기도당이 드러내놓고 뛰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람도 없었다. 2010년 교육감 선거전은 그렇게 대한민국 보수와 진보가 충돌하는 제대로 된 정치판이었다.
정치 중립 잃고, 교육 자치 잃고
교육 자치도 그 즈음부터 이상해졌다. 부처나 기관의 자치를 평할 때 중요한 척도가 예산의 자치다. 예산 운용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가 판단의 기본이다. 그런데 지금 교육은 이 조건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670억원짜리 무상급식 청구서가 교육청에서 도청으로 보내지던 2009년부터 그랬다. 교육 스스로 행정 금고에 손을 내밀면서 교육 자치는 사라졌다. 당시 시장ㆍ군수들은 행정 예산 편성권에 대한 침해라며 쌍심지를 켜고 맞섰다.
그런데 이 대립이 2010년 들어 사라진다. 야당 출신 시장ㆍ군수들이 되레 나섰다. 서로 무상급식비 내겠다며 교육으로 밀고 들어왔다. 수십~수백억원의 행정 예산을 학생 밥 먹이는 데 쏟아 부었다. 그것도 모자라 교육청이 내려 보내준 ‘6호 경비’까지 다 털어 넣었다. 그렇게 돈을 낸 시장ㆍ군수들이 이제는 ‘돈 줬으니 관여 좀 하겠다’며 교육 현장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교육에 관여 좀 그만 하라’는 교육장들과의 마찰이 곳곳에서 아슬아슬하다.
이게 교육의 현실이다. ‘선생님’ 대신에 ’정치인’이 중심에 섰고, ‘학력신장’ 대신에 ‘무상급식’이 목표로 붙었다. 교육이 있어야 할 교육 현장은 표에 눈먼 정치인들의 사냥터가 됐다. 국민의 50%가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조사(한국 갤럽 3월 조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런 때, 김문수 지사가 교육감 선거 러닝 메이트제를 들고 나왔다. 그 역시 ‘교육-행정간 사무중복’과 ‘지방 재정 악화’를 이유로 든다. 돈 없어 청사 못 짓겠다고 했다가 고발까지 당한 장본인이다. 매년 2~3천억원에 이르는 무상급식비를 세금처럼 내는 장본인이다. 해마다 ‘더 주느니 덜 주느니’를 두고 본 예산 전체를 거래해야 하는 홍역을 치르는 장본인이다. “어차피 뒤섞인 교육과 행정이라면 일원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그의 주장엔 이런 진저리 나는 경험이 배어 있는 듯하다.
돌아보면 교육감 선임방식처럼 많이 변하고 빨리 변한 제도도 드물다. 도 교육국장(70년대)→관선 교육감(80년대)→민선 교육감(90년대)→직선 교육감(2000년대)으로 계속 바뀌어 왔다. 러닝 메이트 제도가 이 흐름 어디쯤에 해당되는지는 단정키 어렵다. 어떤 이는 ‘과거로의 회귀’라고 말하고, 어떤 이는 ‘새로운 대안’이라고 말한다. 일단, 교육제도 개선의 필요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수준에서 판단을 유보해 둘까 한다. 선거가 1년여쯤 남았으니 그럴 때도 된 것이고….
교육감 선거 통째로 다시 봐야
이러면서도 분명히 해놓고 갈 얘기는 있다. 러닝 메이트를 반박하는 (일부)교육계의 주장이다. 헌법상 교육의 정치 중립이 우려된다고 하던데, 그러면 지금의 교육이 정치적 중립이라는 얘긴가. 교육 자치를 말살하는 발상이라고 하던데, 그러면 행정과 교육 예산이 뒤범벅된 지금의 무상급식이 교육 자치의 완성이라는 얘긴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런 중립이 있었다면 지방 정치가 이렇게 시끄러울 리 없고, 그런 자치가 있었다면 지방 행정이 이렇게 휘청거릴 리 없다.
머릿속에서 ‘김문수’ ‘김상곤’이란 이름 석 자를 지우자. 그리고 교육감 선거제도를 통째로 들여다 보자. 직선 교육감 7년이면 이제 그럴 때도 됐다.
[이슈&토크 참여하기 = 교육의 중립ㆍ자치? 그런게 여태 있었나]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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