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맞춤형 콘텐츠 개발… 제2의 인생 웃음꽃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다른 나라 이야기같았던 고령화시대가 현실이 됐다. UN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로 규정,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7.2%로 진입했다. 이 속도면 2018년 14%에 달해 고령사회 진입이다. 이처럼 거대한 변화 속 문화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하남문화원의 ‘2013 찾아가는 어르신문화학교’에서 그 답을 찾았다.
그 활성화 세부 방안으로 ‘어르신 문화학교’ 등 지방문화원의 맞춤형 문화프로그램 강화와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 제정과 전문인력 양성, 여가활동과 연계한 사회참여 확대를 통해 공동체 문화 활성화, 어르신들의 재능과 경력을 나눌 수 있는 ‘실버문화자원봉사단’ 양성, 소외계층의 여가접근성 확대 등이다.
하지만 문광부의 고령화 시대 문화예술 정책 추진 방침은 새롭지 않다.
수 년 전부터 지방 문화원이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추진해 온 어르신 관련 사업들을 보기좋게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그람시의 “위기는 낡은 것은 죽어가는 반면 새것은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는 말이 떠오르는 것이, 왠지 씁쓸하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지방문화원이 정부보다 앞서 적극적으로 제 역할과 사업에 변화를 줬다는 것이다.
하남문화원의 노인 대상 프로그램이 그 롤모델이다.
하남문화원은 올해 ‘찾아가는 어르신문화학교-나도 플로리스트!’, ‘어르신문화프로그램-어르신!웃다리 가락에 취하고 즐기다!’, ‘어르신문화나눔봉사단-우리는야!하모니카 약손 봉사대야!’, ‘어르신문화동아리활성화-We Are K POP Silver Dance!’를 각각 진행한다.
지난 25일 첫 수업을 시작한 ‘나도 플로리스트’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운영하는 것이다.
안동분 (사)한국꽃예술작가 하남시협회장과 전문강사가 문화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영락경로원(하남시 풍산동)에 사는 평균 연령 83세의 31명 어르신에게 꽃꽂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12월까지 일주일에 2번씩 진행되며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수업을 듣는 정맹신(83) 할머니의 “농사만 짓다가 온몸뚱이가 아픈데 방에 싱싱하고 예쁜 꽃이 기다려 나까지 젊어지는 것 같다”는 소감과 김인희(81) 할머니의 “발표회를 하면서 내 인생 처음으로 주인공이 됐다”는 말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노인 대상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전통문화예술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보편적인데, 문화원이 다소 생소한 콘텐츠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남문화원은 또 올해 처음으로 명맥이 끊겼던 하남시의 웃다리 풍물을 보존 계승할 수 있도록 어르신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의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하는 지방 문화원의 본래 역할에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노인층을 끌어들여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4년간 어르신 문화학교 사업을 통해 하모니카 연주와 수지침을 배운 어르신들을 봉사단으로 꾸려 나눔 활동을 추진한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어르신 댄스반도 훗날 예술제 무대에 오르고 봉사활동을 벌일 수 있는 팀으로 꾸려나갈 계획이어서 기대된다.
문제는 예산이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정부 입맛에 맞는 대부분의 관련 프로그램이 예산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하남문화원이 수년간 야심차게 진행해 온 청소년 향토사 대중화 사업이나 지역 설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 제작 사업 등은 예산 지원이 끊겨 멈춘 상태다.
주목할 것은 하남문화원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해 마련한 프로그램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문화원이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유관 기관 및 단체에 소스를 제공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로 하남문화원의 그 의지가 발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와 관련 백영옥 사무국장은 “최소 3년 이상 사업을 진행해야 성과를 바탕으로 지자체의 유효한 콘텐츠로 개발할 수 있는데 예산 문제에 휘둘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문화원은 오랜 시간 각종 인프라와 콘텐츠 개발 자산을 구축하고 있어 사업비 확보만 이뤄진다면 복지, 교육, 문화 등 지역의 각종 시설에 원천 소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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