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만 찾는 청년들… 中企는 사람없어 ‘발 동동’

[눈높이 낮추면 일자리 보인다] 2. 구인난 속 구직난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모씨(29)는 오전 7시면 집에서 나와 도서관으로 향한다.

언뜻 수험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부모님 눈치가 보여 선택한 궁여지책이다. 2년 넘게 반복된 생활에 지친 김씨의 올해 목표는 ‘취업준비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졸업을 할 때만 해도 김씨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원하는 대기업의 연구직에 들어가 그동안 뒷바라지를 해준 부모님께 남부럽지 않은 아들이 되려했다. 취업을 위해 화학물질관리사 등 관련 자격증 3개와 900점이 넘는 토익점수를 획득하고 1년의 어학연수까지 다녀왔지만 번번히 대기업, 공기업의 문턱에서 쓴 맛을 보고있다.

그가 지원서를 넣은 대기업의 평균 경쟁률은 50대1. 원서를 넣은 기업만도 70여군데이고 면접 준비와 영어학원, 관련 시험 등 취업준비를 하는 데 들어간 돈만해도 1천여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스펙 때문이라도 대기업 외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나이도 있어 올해 취업이 안 될 경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펙 쌓기 수천만원 투자 취업 안될 땐 공무원 준비

특성화고교 학생들조차 진학ㆍ대기업 생산직 희망

화성시 향남읍에서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류모씨(55)의 회사에는 최근 4년간 청년 입사자가 아예 없다. 운좋게 청년 구직자를 구했다 싶으면 대부분 3개월안에 그만뒀다.

이 곳에서 일하는 30명 직원의 나이는 모두 48~59세. 특성화고 학생들과의 일자리 매칭도 소용이 없었다. 공장의 팀장급 전문기술인으로 키우기 위해 인근의 특성화고교 학생들을 입사시키려 했지만 모두 실습만 끝나면 떠났다. 대학을 진학하거나 대기업의 생산직을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전문대 졸업생과 대학 졸업생들은 관리직이나 사무직에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류씨는 “지역에서 20여년 간 탄탄하게 업체를 일궈냈다고 자부했는데 이제 회사의 명맥유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육받은 기대수준과 중소기업 현장에서 일하는 직무사이에 괴리감을 느끼는 것 같다. 현장에서도 일을 하다보면 자신만의 기술이 되는 건데, 이미 눈높이가 높아져 너도나도 편한 쪽으로만 가려고 하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청년층의 실업은 증가하는데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해결되지 않는 ‘구직난 속 구인난’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40.4%로 2005년 44.9%, 2007년 42.6%, 2009년 40.5%, 2011년 40.5%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기지역 청년 실업자는 경기지역 전체 실업률 3.2%보다 두 배 높은 6.9%(7만4천명)로 청년 취업난이 해결돼야 일자리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중소기업 등에서는 일할 청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경기지역 5인 이상 300인 이하 중소 사업체의 인력부족률은 4.2%, 6만7천979명으로 전국 평균 3.39%를 상회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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