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평화의 땅 DMZ 재발견] 1. 전쟁의 상처 보듬은 생태계 보고
DMZ(비무장 지대)는 한국전쟁의 상처와 민족의 피맺힌 역사 현장이다. 총 길이 248㎞로 남북을 잇는 강물이 흐르고 철새가 오가지만 분단의 아픔과 수백만 이산가족의 슬픔을 외면한 채 남북의 발길을 반세기를 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연과 역사는 이 기간 동안에도 스스로를 치유하고 역사현장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이 시대를 지켜보고 있다. 올해 정전 60주년을 맞아 본보는 민족 대립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생태, 문화ㆍ유적, 관광, 미래 자원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DMZ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동서 총길이 248㎞ 피맺힌 역사의 현장 ‘미래 블루오션’ 주목
DMZ는 한반도를 동서로 연결하는 총연장 248㎞로 남북생태축인 백두대간과 함께 한반도의 생태 축으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난 2009년 DMZ 일부분 조사 결과 재두루미, 독수리, 고라니, 산양, 용굿나물 등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67종의 동ㆍ식물과 희귀동식물 146종을 포함한 2천716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러기, 두루미 같은 철새를 비롯해 고라니, 노루 등 야생동물, 그리고 수생 동ㆍ식물이 자생하면서 생태계의 보고로 국ㆍ내외 주목을 받는 이유이다.
경기도 DMZ 일대 생태계 특성은 산악지형이 주를 이룬 강원지역과 달리 한강 및 임진강 하구를 비롯한 대규모 습지가 많고 바다의 영향을 받은 기수역 고유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육지에서부터 실려온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갯벌이 자리 잡고 있으며 물가를 따라서는 기수에 적응한 독특한 군락을 가진 넓은 습지가 발달했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가 시작되는 강화갯벌은 남서부 지역을 비롯해 석모도, 불음도, 주문도 등에 걸친 총 면적 450㎢로 여의도 면적의 53배나 된다. 건강한 바다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갯벌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강화 갯벌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구 상에서 700여마리 밖에 없는 멸종위기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저어새가 유일하게 알을 낳고 번식하는 곳이다.
또 강화 쪽에서 시작되는 비무장지대는 한강하구와 임진강을 따라 지나면서 한강하구에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인 다양한 습지를 형성했다. 2010년 2월 겨울 철새 조사에서 모두 68종의 조류가 관찰됐다.
이중 한강 하구습지보호지역 중 가장 상류인 김포대교와 일산대교 사이에 자리 잡은 장항습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버무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수많은 기러기와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찾아온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개리’(멸종위기2급, 천연기념물 325호)를 관찰할 수 있다.
또 시암리습지, 성동습지, 곡릉천하구습지, 산남습지 등에서도 재두루미, 흰기러기, 노랑부리백로 등이 발견된다.
수많은 생명을 품은 작은 우주인 둠벙은 민통선만이 지닐 수 있는 공간이다. 둠벙은 민통선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곳곳에 만들어 놓은 물웅덩이지만 작은 물고기와 수서 곤충의 생명공간이다. 버들잎처럼 생긴 버들붕어, 수컷의 등에 암컷이 낳은 알을 부화시키는 물자라, 매복과 위장의 천재 게아재비, 물속의 청소부 물방개, 물속의 포식자 물장군 등이 먹이사슬을 형성하며 서식하고 있다.
최근 서부 민통선 둠벙에서는 멸종위기2급인 금개구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흐른 임진강 수계에는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비롯해 갈겨니, 열목어, 뱅어 숭어, 복어 등 토종 민물고기가 관찰되고 있다.
특히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에는 거미 중 유일하게 수중생활을 하는 전 세계 단 1종만 존재하는 물거미가 천연기념물 412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DMZ는 곤충의 낙원이기도 하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지난 2007년부터 파주, 연천 지역의 중서부 DMZ에 서식하는 곤충자원을 탐색한 결과, 658종의 곤충을 발견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식물 Ⅱ급 곤충인 붉은점모시나비, 쌍꼬리부전나비,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꼬마잠자리와 함께 환경지표 곤충으로 잘 알려진 늦반딧불이도 발견됐다. 붉은점모시나비는 지난 2002년 강원도 삼척에 군락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을 뿐 일본에서는 이미 사라진 희귀곤충이다.
포유류중에서는 곳곳에 고라니가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낮은 산과 평지를 무대로 삵, 멧돼지, 너구리, 족제비 등이 서식하는 명실상부한 생태계의 보고임을 입증했다.
김창학기자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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