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이원익 선생의 '청백리 정신' 되살린다
야생 소가 많았던 지중해 주변에서는 소와 관련된 축제가 발달했다. 에스파냐의 소와 맞서 싸우는 투우, 길거리에 소를 풀어 놓고 이를 쫓는 산페르민 축제, 소머리에 리본을 매달고 이를 떼어 내는 프랑스 프로방스 투우 등 축제를 통해 야생 소의 개체수를 자연스럽게 조절했다. 흔하딘 흔한 야생 소들은 그 지역의 위치적·문화적 정체성을 띠게 되었고, 문화적 축제의 자원이 되었다.
이와 함께 브라질의 삼바 카니발, 프랑스 남부의 수레 축제, 독일 뮌헨의 맥주 축제 등은 지역의 전통적인 문화를 담고 있는 축제로 손꼽힌다. 프랑스의 코냑 축제, 네덜란드의 튤립 축제의 경우도 역사는 길지 않지만 자연물이나 특산물, 풍습 등이 다양한 여흥거리와 결합돼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축제문화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문화체육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752개의 축제가 전국 17개 시·도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는 외형만으로만 보면 ‘축제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나 지역마다 수많은 축제가 있기는 하지만, 지역민들의 문화향수 기회 확대를 통한 소위 ‘삶의 질 향상’이나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과는 거리가 멀다. 솔직히 실적과 과시용으로 축제를 만들어 놓고 시늉과 생색내기로 일관하는 축제가 많다. 그래서 입맛을 씁쓸하게 만든다.
그런 가운데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조선시대 대표적 청백리인 ‘오리(悟里) 이원익(李元翼ㆍ1547~1634)’ 선생의 정신과 인품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5월 ‘오리문화제’를 열고 있다.
그러나 오리 이원익은 무려 379년 전 인물이다. 목민관으로서 전설적인 인물은 맞지만 솔직히 집안 사람이나 역사학자가 아니면 그를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이에 광명문화원(이영희 원장)은 38만 광명시민에게 광명의 역사인물 이원익을 어떻게 조명할까, 또 21세기 영혼이 없는 공직자들에게 이원익을 어떤 인물로 재해석해서 그의 청백리 정신을 전승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어울림한마당’을 주제로 잡았다. 지난 5월 9일(목) 충현박물관 에서 오리 이원익 영우(영정을 모신 영당) 참배를 시작으로 11일(토)일까지 4일 동안 광명시 곳곳에서 알차게 오리문화제를 개최했다.
오리 이원익 사상 특별 강연회, 시민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클래식 향연, 대동놀이 한마당, 가족놀이 한마당, 지구사랑 나눔장터, 시민애장품전 전시ㆍ체험 행사 등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문화제를 선보였다.
이날 이원익 선생이 77세 때 인조로부터 궤장(의자와 지팡이)과 악공, 선온주(임금이 하사한 술)을 받은 것을 기념해 연 잔치(기로연ㆍ耆老宴)를 재현했다. 사궤장 기로연은 관이 일품에 이르고 70세 이상된 자로 관직에 물러날 때 왕이 이를 허락하지 않고 지팡이와 의자를 내리면서 계속 관직에 머물게 하려는 제도로 노대신에게는 최고의 영예였다. 조선시대에는 궤장을 하사하는 제도를 ‘경국대전’에 법제화했는데, ‘경국대전’에는 궤장을 “나이가 70세 이상인 자에게 내리는 안석(安席ㆍ편안한 의자 일명 안락의자)과 지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영희 광명문화원장은 “군왕이 신하에게 궤장을 하사하는 진정한 의미는 국정을 올바르게 운영하고자 하는 지혜와, 관료사회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덕망, 국가와 국민을 정성으로 섬기는 충성심이 국정에 반영되기를 원로대신에게 기대한 것이었다”며 “올해 ‘이원익 사궤장 기로연 재현행사’를 통해 성품이 강직하고, 생활이 소박했으며, 맡은 일에 충실했고 정의감이 투철했던 오리 이원익 선생의 진정성을 광명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명문화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진정성이 있는 오리문화제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실적용, 과시용, 생색내기용 문화제와는 궤를 달리 한다. 광명을 대표하는 청백리 오리 이원익의 정신을 고스란히 살려내 광명시민들에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광명문화원은 큰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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