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침략의 정의는 국제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고,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그 정도로 총탄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신경이 곤두서 있는 강자 집단에 위안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고 알 수 있는 일”이라며,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 있다면 한국이 내놨으면 좋겠다.”고 했다.
니시무라 신고 일본 중의원 의원은 “일본에는 한국인 매춘부가 우글우글하다.”고 했고,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유신회 공동 대표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은) 침략이 아니다.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학일 뿐이다.”며 그들 내부의 자학사관을 문제 삼아 침략전쟁을 부정했다.
최근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1978년 도조 히데끼(東條英機)를 비롯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했었다. 보수 우파 세력은 “A급 전범은 연합국이 일방적으로 규정한 것일 뿐, 일본 국내법상으로는 범죄자가 아니다.”고 주장하면서 군국주의 및 제국주의 일본의 부활을 부채질 했다. 주지하듯 야스쿠니 신사는 1869년 막부(幕府) 군과의 싸움에서 숨진 영혼을 ‘호국의 신’으로 제사 지내기 위해 건립되었고, 2001년 기준으로 총 246만여 명의 전몰자가 안치되어 있다.
1981년에 제작된 신학철의 ‘부자’는 괴물이 되어가는 일본의 보수 우파 정치인들을 떠 올린다. 2차 세계대전의 가해 당사국으로서의 일본은 패전국이 되었으나, 전후(戰後) 미국의 강력한 보호아래 자본주의 제국의 패권국으로 급성장했다. ‘부자’에서 아버지는 자본주의 부산물의 온갖 오브제로 탄생했다. 전쟁 당시의 미친 결기처럼 그의 몸은 자본의 찌꺼기들로 결기에 차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흡사 욕망에 찬 ‘자본기계’처럼 보인다.
그의 찌그러진 머리와 텅 빈 주둥아리는 일본의 대표적 대중상품인 ‘야쿠르트’ 플라스틱 빈 병이다. 상표 ‘야쿠르트’가 눈 위치에 박혀서 화면 밖을 응시하며 무언가를 내 뱉고 있는 듯한 표정인데, 그는 가죽 허리띠의 손으로 벌거벗은 어린 아이를 강고하게 안고 있다. 거대한 자본의 쓰레기 더미에서 탄생한 아이리라. 그런데 나는 그 아이가 바로 막부에서 전범으로, 지금의 우파 정치인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망증(妄證)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그들 스스로에게 갇혀서 고사할 것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문화재단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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