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내고장 알기+ 현장체험… 젊은 해설사들, 맞춤교육에 ‘교육효과 쑥쑥’
“책에서만 보고 이름만 들었던 ‘별망성지’가 이렇게 안산 공단 내 도로변에 존재할 지 몰랐어요. 교과서에 지역의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장소가 나오지만 다 가볼 수 없는게 현실이잖아요.”
능길초등학교(안산시 단원구 신길동)의 윤선희 3학년 담임교사의 역사탐방 아카데미 체험 소감이다.
지난 16일 오전 윤 교사가 가르치는 30여명의 3학년 학생이 한 버스에 올라타 별망성지와 성호기념관, 안산향토사박물관 등을 답사했다.
하지만 이날 이들을 가르치고 인솔한 것은 담임이 아니다. 안산문화원의 역사탐방 아카데미를 통해 배정된 전문 해설사가 그 역할을 맡았다. 안산문화원은 초등학교 3학년 사회 교과 ‘내고장 알기’와 연계한 현장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2년째 운영중이다.
신생 도시인 안산시의 어린이들이 애향의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장에 대한 자긍심과 역사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체감하면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기존의 3학년 교과와 연계해 교육효과를 높였다.
실학의 대가인 성호이익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알 수 있는 기념관인 ‘성호기념관’, 식민지 수탈에 피폐된 농촌사회의 부흥을 위해 농촌계몽운동으로 일생을 바치신 독립운동가를 기념한 ‘최용신기념관’, 단종복위 운동에 가담했던 충신과 효자들의 기념패와 정려(旌閭)를 모신 ‘오정각’ 등이 선택할 수 있는 답사 코스다.
또 임진왜란 때 순국한 김여물(1548∼1592)의 애국충정을 기리기 위해 조정에서 하사한 ‘사세충열문’, 조선시대 해안으로 침입하는 외적을 방어하기 위해 돌로 쌓은 성 ‘별망성지’, 조선시대 안산의 관아 터와 고을 읍성이 있는 ‘안산읍성’ 등도 있다.
모두 지역의 역사적 인물과 안산 특유의 환경을 확인할 수 있는 거점이다.
여기에 전국에서 유일무이하게 문화원이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한 ‘안산향토사박물관’이 기본 답사 코스다. 안산향토사박물관은 안산의 역사와 문화유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과 야외전시를 연중 무료로 선보인다.
이 같은 총 7개 답사 코스를 설정한 안산문화원은 지역 내 박물관과 기념관 등에서 각기 활동하는 해설사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현장 교육을 진행한다. 이는 23년간 버려지는 안산의 유물을 수집하며 안산향토사박물관 건립에 힘을 쏟았던 이현우 사무국장이 맡았다. 해설사들에게 코스별 중요한 역사적 지식과 초등학생 맞춤형 교육법을 소개하며 전문성을 한층 높이는 시간이다.
초등학생들의 ‘학교 밖 선생’이 되는 해설사 20여명은 현재 안산의 각 기념관과 박물관에서 파견 근무하고 있으며 경력은 최소 1년 이상이다. 이들은 역사탐방 아카데미를 신청한 관내 학교 일정에 맞춰 일일 선생으로서 어린이들의 현장 교육을 진행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이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 문화원들이 운영하는 역사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나 해설사 대부분이 노년층인데 반해, 40~50대가 대부분이다. 천방지축 어린이들을 최소 3개 현장을 이끌고 다니며 집중력을 높이려면 아무래도 체력적 조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처럼 안산문화원은 초등학생들이 역사탐방 아카데미를 통해 방문했던 문화원을 친근하게 여겨 재방문하는데다 프로그램 운영자들 역시 활동적인 연령층이어서 젊은 문화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는 고령화시대에 문화원의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 노인층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루하고 지루하다는 젊은층에 편견에 자유롭지 못한 여타 문화원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책에서만 봤던 것을 실제로 보니 느낌도 다르고 안산이 자랑스럽다”는 한 초등학생의 소감에서 안산문화원의 역사탐방 아카데미가 이 방송만큼이나 감동과 깨달음을 선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허나, 아쉬움은 있다. 올해에는 154학급의 학생들만이 이 같은 감동을 얻을 수 있다. 문화원 자체 차량이 없고 예산 부족으로 모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운영의 묘를 보여줘야 할 문화원이 함께 풀어야 할, 역사 인식 개선방안이나 애향심 고취방법보다 훨씬 ‘쉬운’ 숙제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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