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시, 무상보육비 마련에 휘청 거린다

예산 대책없는 무상보육, ‘정치 과잉’ 탓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아직도 심각한 재정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천시가 정부의 무상보육 제도 시행으로 복지예산 비중이 늘면서 설상가상의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겪는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자칫하면 예산 고갈로 양육수당과 보육료의 지급불능 사태를 빚을 상황에 직면했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 정치권이 충분한 예산 대책 없이 무작정 제도를 도입한 탓이다. 표만을 의식한 ‘정치 과잉’의 결과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양육수당은 작년까지만 해도 하위 15% 소득 계층 자녀에게만 지급됐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여야는 경쟁적으로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으나 허사였다. 정치권의 압력으로 결국 작년 9월 소득 하위 70% 가구의 0~2세 아이로 양육수당 대상을 늘리기로 조정하고 예산을 짰지만 대선 직후 국회에서 0~5세 전면 무상보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예산 부담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50%다.

국책사업(보육)의 재정 부담을 지자체에 50%나 떠넘긴 것은 균형 잃은 처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지방세 세수 급감 등 지방재정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정부의 독단적 전횡이다. 물론 정부는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소비세로 이양하는 등 지방재정 자립도 제고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방재정은 아직 독립재정을 꾸려가기엔 턱없이 빈약한 상태다. 소요 재원에 대한 별도의 대책도 없이 일방적으로 알아서 조달하라는 것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앞으론 지자체와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

예산 대책없는 무상보육, ‘정치 과잉’ 탓

복지 세출 늘은 만큼 지방재정 확충하고

지자체 예산 부담도 50%→30%로 내려야

인천시가 올해 마련해야할 양육수당 규모는 407억6천500만원이다. 그러나 1차 추경예산 편성 후에도 85%인 346억6천600만원 확보에 그쳤다. 보육료도 1천129억4천600만원 중 1천28억700만원(91%)만 확보했을 뿐이다. 재정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11월께 예산이 바닥날 수도 있다. 특히 자치구 10곳 중 4곳은 아직 보육료와 양육수당 150억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일단 확대된 ‘복지’는 축소가 어렵다. 지자체 나름의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회도 아직 법제사법위에 계류 중인 중앙정부의 무상보육 예산 부담 비율을 50%에서 70%로 높이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뜸만 들이지 말고 속히 처리해야 한다. 또 국세인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로 넘겨주는 비율을 5%에서 10%로 높이는 등 지방재정 확충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의 복지 세출이 늘어난 만큼 중앙재정의 지방 배분도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되려면 자치행정 수행에 필요한 기초적 재정확보는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