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나비

봄날

홀연히 나타난 호랑나비 한 마리

빙그르 도는 날개짓에

심장은 천둥소리를 냈다

나비 만지면 눈 먼다는 이야기 있어

만지지도 않았는데

눈 멀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꽃밭에 앉아 향기에 취해서

날마다 분홍색 이야기로 봄 가는 줄 몰랐다

어느 듯 봄은 가고 장마비 쏟아지는 여름

날아가 버린 내 나비 오지 않았다

다시 찾아 온 봄날

행여 올려나 가슴에 북채를 대고 기다렸다

봄 다 지나 나는 알았다

가슴 주머니 속에 나비를 접어 놓았다는 걸

꽃그늘에서 가만히 내 나비 꺼내본다

아직 화려한 날개 그대로다

 

서선아

<한국문인> 으로 등단.

시집 <4시 30분>

한국문인협회ㆍ경기시인협회회원.

문파문학회ㆍ수원시인협회 회원.

제5회 동남문학상 수상.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