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⑨의왕문화원 ‘제13회 의왕단오축제’

세시풍속ㆍ전통놀이 등 체험…전통과 현대문화 어우러진 ‘생활축제’

요즘 사람들 중에 단오(端午ㆍ음력 5월 5일)가 4대 명절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민족의 큰명절인 설 외에 대보름, 한식, 단오, 추석, 그렇게 네 명절을 크게 쇠었다고 한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우리 고유 민속명절은 쉬는 날, 또는 여행 가는 날로 여겨지며 그 의미가 쇠퇴하고 있다. 그 자리를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 빼빼로데이 등 최근 몇 년 사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생해 번져가고 있는 온갖 서양기념일과 상술에 의해 만들어진 기념일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에게 단오는 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창포물에 머리감는 날’ 정도의 단편적 사실만 기억하고 있다.

2013년 6월13일 단오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단오축제가 열렸다. 그 중 의왕문화원(원장 박용일)의 제13회 의왕단오축제는 단오의 세시풍속과 전통놀이 등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활축제’로 꾸민 것에 대한 노력에 의왕시민들은 높은 점수를 주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단오 때 봄철의 큰 명절인 만큼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즐겼다. 마을에서는 단오 전에 청년들이 집집마다 다니며 짚을 추렴하여 그네를 만들었다. 단오에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운 옷을 입고 그네를 뛰었다. 장정들은 넓은 마당에서 씨름을 하여 승부를 냈다. 허나 지금은 농경사회가 아니기에 이러한 풍경을 보기는 어렵다. 획일적이고 갑갑한 아파트 문화 속에서 앞집, 옆집, 윗집 등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이 사는 게 요즘 우리의 생활이다. 그나마 도시에서 사라진 ‘이웃’과 ‘공동체’에 대한 패러다임을 조금이나마 바꿔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단오와 같은 민속명절이 아닐까 싶다.

의왕시와 의왕문화원은 지난 8일 토요일 의왕시 왕곡동 고천체육공원에서 제13회 의왕단오축제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전통놀이와 볼거리를 제공해 주목을 받았다. 오전 9시 식전행사로 길놀이, 해병대의장대, 개회식으로 행사의 흥을 끌어올렸다. 본 행사의 시작은 전통단오제를 시작으로 공원 곳곳에서 박터트리기, 투호던지기, 줄다리기, 새끼꼬기, 제기차기, 윷놀이 등 다양한 전통놀이 체험장이 마련됐다.

고천체육공원에는 유모차를 타고 나온 돌쟁이부터 엄마, 아빠 손잡고 온 꼬마녀석, 허리가 다 꼬부라진 할머니, 지팡이를 짚고 나오신 할아버지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 즐기기 위해 서둘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어르신들은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와 민속널뛰기를 구경하며 빨간 앵두 익을 즈음에 맞는 단오 때 시골에서 익모초 즙을 내 식욕을 왕성하게 하고 쑥을 뜯어 떡을 해먹던 그 시절을 추억했다.

어린이들은 달고나체험, 제기만들기, 전통화분놀이만들기 등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특히 머리에 윤기를 주고, 액을 막아주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아보는 이색 체험코너에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단오날 가장 큰 놀이로는 그네뛰기와 씨름이 있다. 그네뛰기는 외출이 뜻대로 못하였던 옛날 부녀자들이 1년내 억눌렸던 마을을 활짝 펴볼 수 있는 유일한 놀이였다. 남자의 놀이로는 더운 여름 신체를 단련하는 씨름이 있다. 그러나 의왕단오축제에선 남자뿐만 아니라 아줌마, 어린이 꼬마씨름 대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날 단오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오아줌마 선발대회’. 키와 몸무게 등 외모 중심의 다른 미인선발대회와는 다르게 단오아줌마 선발대회는 다양한 끼와 재능을 가진 의왕시 거주 기혼여성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었다. 이날 폐회식은 어린이들과 시민들이 직접 쓴 소원성취 종이태우기 행사로 마무리됐다.

김용일 의왕문화원장은 “의왕시의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전통놀이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도록 어느 해보다 풍성한 즐길거리를 준비했다”며 “앞으로 의왕단오축제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축제,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워할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열리는 지역 축제가 1천2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수치다. 지자체마다 평균 5개 이상 열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상당수가 전시성ㆍ낭비성 축제라는 지적을 받기 일쑤다. 게다가 지역민과 괴리된 채로 관 주도나 행정편의주의적 방식으로 축제가 기획, 진행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의왕문화원을 중심으로 한 의왕단오축제는 관 중심에서 민 중심으로, 주민들의 자율적 참여를 콘셉트로 잡아 전통과 현대문화가 접목된 ‘생활축제’로, ‘참여형축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전통적인 단오축제 색채는 다소 약해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세대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의왕시민들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