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원칙이 깨지고 있다. 약속은 꼭 지킨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는 절대 하지 않겠다던 박 대통령의 약속은 공기업 사장 인사에서 하나씩 어긋나고 있다. 최근 임명된 정창수 인천공항공사 사장 인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은 역내에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인사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역대 정부는 정권을 잡기 전엔 한결같이 낙하산 인사를 안 하겠다고 다짐해왔다. 하지만 정권을 잡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낙하산 인사를 했다. 공기업 사장 자리도 자기 사람을 앉히기 위한 온갖 무리수가 동원됐다. 임기가 남았는데도 전 정권 사람이란 이유로 사표를 내게 은근히 압박했다. 사회적 비판 여론엔 괘념하지도 않았다.
인천공항공사의 성공적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온 이채욱 전 사장도 임기만료 8개월을 앞두고 지난 1월 돌연 사직했다. 당연히 뒷말이 많았다. MB정부에서 임명됐으니 어디로부터 귀띔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됐다. 이런 의혹이 일고 있던 터에 인천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의 심사과정마저 석연치 않았다.
임기만료 8개월 전 前사장 돌연 사직
임원추천위, 면접대상 탈락자 추천 의혹
인사원칙 재정립 선언하고 쇄신해야
임원추천위는 지난 12일 마감한 19명의 응모자 가운데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차관과 김한영 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 이영근 인천공항공사 부사장, 최광식 한국도심공항 전 사장 등 4명을 사장 후보로 국토부에 추천했다. 그러나 임원추천위가 면접 대상에서 탈락되었던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차관을 논란 끝에 면접 대상에 포함시키고, 최종 후보 명단에 올리면서 이미 사전 내정된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의 장본인이 됐다.
정 전 차관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영업정지 직전 예금 2억원을 사전 인출한 의혹을 받아 차관직을 사퇴한 점 때문에 면접 대상에서 탈락됐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만에 의혹이 해명됐다며 면접 대상에 포함시켰다. 임원추천위의 오락가락 행태가 의심쩍다. 누구나 납득될 수 있게 경위가 소상히 밝혀져야 하고, 심사평가 회의록도 공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는 국토부로부터 추천된 4명 중에서 정 전 차관과 이영근 인천공항공사 부사장 등 2명을 청와대에 추천했고, 결국 정 전 차관이 최종 낙점됐다. 항공분야에서 일한 적이 없는 사람이 사장으로 결정된 것은 그동안 전문성과 능력 위주의 인선을 강조해온 박 대통령의 인사원칙에도 배치된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낙하산 인사다. 이런 인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 새 정부는 인사원칙 재정립을 선언하고 이를 엄격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향후 정부의 인사 운영 상황을 주시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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