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일이다. 노년을 품위 있게 보내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갖는 절실한 소망이다. 그러나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이 조사한 지역 내 노인생활 실태 및 노인 학대 실태에 관한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가 점점 더 절박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조사 대상 1천6명 중 지난 한해 노인 학대 신고건수는 233건으로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 25곳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중 방임 학대 신고건수는 77건으로 충남(106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들 마음속엔 가족 또는 보호기관으로부터의 푸대접과 신체·정신적 학대 등으로 쌓인 한(恨)과 응어리가 뭉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조사 대상에서 나타난 한 단면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론 자식들로부터 외면·학대당하고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은 부지기수다. 자식들의 체면을 생각하고, 자신의 초라해진 처지를 내색하고 싶지 않아서 가슴속에 묻어두고 속만 끓이는 노인들은 수없이 많다.
조사 대상자 중 자녀 또는 친인척과 함께 사는 노인은 22.6%에 불과하다. 반면 부부노인 은 284명(28.3%), 독신노인은 494명(49.1%)이나 된다. 이처럼 많은 노인들이 기댈 곳이 없어 외로움과 소외감을 안고 쓸쓸히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늙은 것이 죄’라고 한탄할 노인들의 체념적 푸념이 가슴을 저미게 하는 현실이다.
노인 신체ㆍ정신적 학대 피해 전국 최고
市 돌봄 서비스 빈약, 자살률도 상위권
최소한 여생 보장되는 안전망 구축해야
독거노인 문제는 개인적인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 그런데도 인천시의 노인대책은 빈약하기만 하다. 노인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방문·전화 등 단편적이고 기계적인 돌봄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독거노인 문제가 지금처럼 방치될 때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호화로운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는 부유층 노인들과 오갈 곳 없이 겨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빈곤층 홀몸노인들의 양극화 문제가 이미 제기되고 있다. 인천지역 노인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180.1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특히 혼자 살고, 친구 등 사회적 관계가 적으며, 경제력이 없을수록 재가 서비스 등 보호 서비스를 받는 노인 40%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적이 있는 충격적 사실도 조사됐다.
물론 경제력 있는 부유층 노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빈곤층 홀몸노인들에게도 최소한 의식주 등 여생이 보장되는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인천시는 이제 빈곤층 홀몸노인 대책에 신경써야 한다. 의지할 곳 없는 노년의 삶을 그나마 품위를 지키며 살 수 있는 수준의 복지를 보장하는 종합적인 대책 강구가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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