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⑩평택문화원 ‘소사벌단오제’

전통과 ‘시민통합’에 무게… ‘단오’ 참뜻 전승하는 지역축제 롤모델

일 년 중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하다는 음력 5월5일, 단오. 4대 명절로 꼽혔던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지역과 동네별 소소한 전통 체험 행사로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평택시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평택문화원이 주관하는 ‘소사벌단오제’는 단오의 진짜 의미를 전승하고 있었다.

지역축제의 전통적 기능은 원초 제의성의 보전, 지역민의 일체감 조성, 지역의 전통문화 보존 등이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오락성과 경제적 효과 등을 요구받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세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달리 말하자면, 지역축제는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하며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동체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도구인 셈이다. 따라서 각 지역축제는 개최지의 역사적 정통성을 잇고 그 이미지를 단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주제를 설정해야 하며 주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역축제들이 비난받는 이유는 바로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평택시에서 열리는 소사벌단오제를 지역축제의 롤모델로 추켜세울 수 있는 근거는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문화원(원장 김은호)이 80년대부터 개최해 온 소사벌단오제는 평택시의 행정적 변화를 고스란히 함께 했다.

“평택시와 평택군, 송탄시가 분리되면서 3개 시군에서 각각 단오제를 개최하다가 1995년에 평택시로 통합되면서 다시 기존의 소사벌단오제로 통합됐다.”

평택문화원 이사이자 전 사무국장인 박성복 씨의 설명이다.

여느 도시 형성 과정이 그러하듯, 나뉘었다가 통합되는 변화를 겪은 평택시 역시 각 시군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평택시는 3읍 6면 13행정동이다.

이에 평택의 단오제는 ‘시민 통합의 장’이라는 숙명을 안게 됐다. 다행인지 운명인지, 이를 위한 훌륭한 수단을 갖추고 있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호인 웃다리평택농악이 그것이다.

평택문화원은 소사벌단오제를 통해 22개 읍면동이 모두 참여하는 농악 경합대회를 벌인다. 이는 국가가 인정한 ‘우리 마을의 전통문화’를 직접 해낸다는 자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

그럴 뿐만 아니라 단오제에서는 전통적 색채를 살릴 수 있도록 씨름, 그네뛰기, 널뛰기, 전통주 만들기 등 다채로운 경연을 진행한다. 부문마다 22개 읍면동 대표 선수들이 참여, 평택시의 남녀노소 시민 대부분이 참여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소사벌단오제에서는 평소 농악을 배우고 전승하는 전문가 수준의 아마추어부터 씨름을 즐기는 아저씨, 곱게 한복 입고 그네뛰고 널뛰는 아가씨와 아줌마, 전통주 빚는 비법을 자랑하는 주민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각 읍면동 주민은 대횟날인 단오 이전부터 수 개월 간 경연에 대비한 연습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연스럽게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평택문화원은 시로부터 지원받는 예산 총 6천500만 원의 대부분을 연습 지원금으로 쓴다. 소사벌단오제 당일 행사를 화려하게 꾸미기보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 즉 ‘시민 통합’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다.

문화원은 또 각 경연 시상식과 폐회식이 있기까지 창포 머리감기, 단오 음식 전시 및 시식, 전통 떡메치기, 민속놀이 등 누구나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여타 도시의 단오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험코스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 소사벌단오제를 남다르게 만드는 것이 존재하는데, 각 마을 단위 텐트에서 펼쳐지는 먹을거리 판이다. 주최 측이 주도한 것도 아닌데 마을마다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물론, 어르신들을 모시고 와서 대접하는 풍습까지 자리 잡았다고.

이처럼 다채로운 경연대회를 개최하기 위한 연습 지원금과 시상금을 쓰고 나면 지자체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이는 지역과 소사벌단오제에 애정을 가진 문화원 임원진을 비롯해 평택시체육회, 평택농악보존회, 평택시예절교육원, 평택시우리음식연구회 등의 후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소사벌단오제는 전통을 도구 삼고 지역 단체 및 사람의 애정을 후원 삼아 지역축제의 전통적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옛날 옛적에 양기가 가장 왕성한 시기인 단오면 이웃 마을 간 농악을 경연하고 이를 계기로 전통 놀이와 음식을 즐기고 나누며 서로 풍년을 기원하면서 인간관계를 돈독히 했던 그 모습 그대로다.

다만 경연 준비량이 많고 내실있는 대회 개최를 이유로 지난 2009년부터 격년제로 진행하는 것은 아쉽다. 기실 예산 문제가 더 큰 것은 아니었을까. 전통과 역사성을 갖춘 축제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로 밝은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 징검다리가 끊기질 않길 응원해본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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