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11>과천문화원 ‘과천향토사료관에서 노올~자’

향토사 유물보존ㆍ문화계승에 고군분투…‘사람의 힘’ 결실

흔히 ‘사람이 힘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광고계와 출판계를 주름잡았던 명문장이기도 하다. 혹자는 이 짧은 문장이 결국 ‘인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사람의 힘’을 인맥이라는 단어에 가둘 수 없음을 말이다. 결코 혼자 살 수 없기에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사람, 그리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원동력 삼아 발전하는 시대와 사회를 목격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터. 여기, 과천향토사료관이 그 ‘사람이 힘’을 입증하고 있다.

‘과천(果川)’으로 불리기 시작한 조선시대 과천현은 지금의 과천시와 안양시, 서울시 서초구ㆍ관악구ㆍ동작구 일대를 관할했다. 일제시대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과천현의 소재지인 군내면만 과천면으로 바꾼 이래 계속 그렇게 불리다가 1982년 정부과천청사가 들어온 후 1986년 과천시로 승격했다.

과거 과천시는 자급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 서울과 안양에 농산물과 각종 물품을 공급하는 하나의 거점지역에 불과했다. 게다가 인구 유입에 점진적으로 도시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별안간 자리 잡은 정부청사때문에 유동 인구량이 늘어나고 상징적 차원에서 시로 승격되면서 그리됐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개발에 유물이 사라진 것이다. 이와 관련 장경호 과천문화원 사무국장은 “도농복합지역으로 급변하면서 지역의 정체성을 느낄 지역 향토사 유물까지 갑자기 고갈됐다”고 술회한다.

이 때 과천문화원 직원과 2006년 문화원 부설 단체로 발족한 과천향토사연구회의 회원이 ‘사람의 힘’을 보여줬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개발에 허물어지는 고가(古家)와 각종 건물에서 유물 건져 올리기 작업을 진행, 과천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적 측면에서 가치 높은 유물을 소장할 수 있게 됐다. 쓰레기장을 뒤지고 개인 소장자를 찾아 기증받기 위해 뛰어다녔다. 현재 과천향토사료관의 소장 유물은 2만여 점에 달한다.

조선시대 과천현에서 과거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조흘강 합격증서 양식지, 한말때의 나무로 만든 교지함, 과천의 옛 거리와 농사철 풍경을 촬영한 사진, 과천 지역 농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농기구, 일본에 맞서 산과 땔감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나선 역사의 증거물인 ‘청계산식림계규칙’ 등이다.

또 유물 뿐만 아니라 정조의 능행때 무동과 다리밟기로 놀던 연희 ‘과천무동답교놀이(도 무형문화재 제44호)’와 2008년 제 49회 한국민속예술제에서 금상과 입장상을 거머쥔 경기도의 유일한 ‘과천나무꾼놀이’ 등 지역 특유의 문화도 보존 계승해왔다.

장 사무국장은 “인사동이나 풍물시장에서 돈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의 어느 집에서 어떻게 썼다는 정체성과 향토사를 담보한 역사적 물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과천향토사연구회를 주축으로 지난 2011년 개관한 문화원 원사에 별도의 향토사료관 공간을 마련할 때까지 끊임없이 유물을 수집해 고서는 번역하고 각 소장품의 가치를 연구 보존했다. 이를 활용해 과천 시민과 대중을 위한 기획전을 열었고 향토사 대중화 사업을 통해 직접 학교로 찾아가 지역 관련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천문화원 사람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거친 개발 바람에 스러짐없이 그들의 정체성과 전통을 지키는 힘을 보여줬다.

그들이 보여준 사람의 힘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화원 내 과천향토사료관 공간을 구축한 후 ‘과천사람, 역사에 길을 묻다’와 같은 상설전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문화원 소속 전문위원과 학예사가 기획한 체험교육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

연구와 교육은 다른 분야인데, 과천문화원 사람들이 어떻게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었는 지 물음표가 뜬다.

이에 대해 이영구 과천문화원 원장은 “우리 문화원은 정부와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아 수년간 다양한 학교문화예술사업과 해설사 양성 위탁 사업을 진행했었다”며 “이 같은 문화원 직원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토사를 전파하고 양성하는 것 역시 문화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2만여 점 중 겨우 150여 점을 전시할 수 있고 좁은 수장고는 이미 꽉 찬 현재 향토사료관 대신 독립 건물을 짓거나, 소장품 연구와 교육 사업 등 늘어난 전문 분야를 소화할 전문 인력 확보가 그것이다.

모두 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인식 확대가 절실하다. 지자체의 관심과 적극적인 의지 없이는 빠른 시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 희망은 지금의 과천문화원과 향토사료관을 있게 한 ‘사람의 힘’이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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