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⑫광주문화원 ‘해설사와 함께하는 즐거운 역사교실’

‘지역 문화와 역사’ 퍼즐처럼 동화처럼 재미있게 마주하죠

연어는 자기가 태어난 하천으로 다시 돌아와 알을 낳는 ‘모천회귀(母川回歸)’ 본능을 갖고 있다. 허슬이라는 학자는 “연어는 태어나서부터 바다로 나갈 때까지의 기간에 자신이 태어난 강의 냄새를 기억하고 회유를 한 후, 그 냄새에 의존하여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온다”고 주장했다.

연어처럼 자신이 태어난 곳의 환경과 특색을 기억하고 또 자신을 성장시킨 지역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는 비단 연어에만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 않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는 건전한 지역문화는 중요하다.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문화를 얼마만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문제는 정체성, 지역의 문화적 힘, 그리고 지역 역사와 직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을 위한 지역문화 프로그램은 특별하다 할 수 있다.

광주문화원(원장 남재호)이 진행하고 있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즐거운 역사교실-왕의 밥그릇, 분원백자’는 청소년 지역문화 창조프로그램의 실질적인 롤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광주는 예로부터 경기도의 중앙에 위치하며 ‘땅이 넓은 고을’이라는 뜻에서 한자로 넓을 광(廣)자와 고을 주(州)자를 썼다고 한다. 광주는 민족자존의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쉬는 남한산성과 조선왕조 500년의 기품이 담긴 조선백자 본고장이기도 하다. 이에 광주문화원은 광주 지역문화유산을 관내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 공모사업인 ‘청소년지역문화창조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해설사와 함께하는 즐거운 역사교실’은 지난 2011년 ‘남한산성 바로알기’를 주제로 시작됐다.

프로그램 첫해에는 관내 초등학교 15개 학교, 45개 학급 1천4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선시대 산성인 남한산성의 지역적 특성 및 역사적 사건 등을 중심으로 역사교실이 운영돼 학생과 학교측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2012년에는 행궁 복원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반갑다 행궁아’라는 주제로 진행돼 관내 33개 학급이 수업을 받았다.

프로그램 3년차인 올해는 황실도자의 본향인 광주도자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왕의 밥그릇, 분원백자’를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총 15개 학교 49학급, 1천500여 명이 수혜대상이 될 예정이다. 이 역사교실은 가을에 있을 청소년 문화탐방과 연계해서 이뤄질 예정이어서 이론뿐 아니라 실기와 현장탐방을 통해 교육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를 거듭할수록 학교측의 수업 신청이 폭주하고 있어 예산에 맞춰 수업을 조절하는 실정이다. 이같이 광주문화원의 ‘해설사와 함께하는 즐거운 역사교실’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강의는 광주시 문화관광해설사들을 중심으로 한 ‘광주역사문화연구회’ 회원들이 맡아 진행함으로써 전문성을 강화했다. 또 스마트폰 문화에 익숙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인만큼 단순한 정보 전달방식의 수업에서 과감하게 탈피했다. 강사들은 수업 교재와 퍼즐, 관련 동영상 등 필요한 교구를 직접 제작해서 쉽고 재미있게 수업함으로써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향심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해설사와 함께하는 즐거운 역사교실’ 프로그램은 지역문화유산과 지역 청소년들의 한데 묶어 ‘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는 문화원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일해 온 남재호 원장의 대표적인 성공작품이기도 하다.

21세기를 소위 ‘문화의 세기’라 한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문화산업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남재호 원장은 그 중에서도 지역문화가 지역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측면에 관심을 갖고 지역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 집중했다.

“요즘 청소년들은 풍족한 물질문명은 속에서 어려움 없이 성장했지만 정작 중요한 정신문화가 뒤떨어진 세대입니다. 자라나는 세대의 정신문화를 가장 쉽게, 가장 빨리 치유하는 방법은 지천으로 널려 있는 지역문화유산을 머리와 가슴으로 교육하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 청소년들의 정신과 문화생활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직선적이고, 쾌락적이라 생각하고 사색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지역문화유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문화 속에 길이 있다’는 것이 남재호 원장과 광주문화원이 추구하는 바다.

지역문화는 지역주민과 청소년이 주체가 되고 지역주민과 청소년의 ‘지역적’ 삶과 유기적으로 연관되며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 정체성이 형성되고 실천되는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광주문화원이 풍부한 지역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해설사와 함께하는 즐거운 역사교실’은 그 자체만으로 광주 지역문화의 풍성함을 이루는 큰 자원이 된다.

글ㆍ사진_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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