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 95일… 개성공단 기업 “죽다 살았다”

정상화 ‘환영’… 풀어야 할 숙제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면서 개성공단 파행 장기화로 노심초사하던 입주기업인들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개성공단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사실상 폐쇄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추측도 나왔지만 극적으로 정상화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7일 새벽 종료된 실무회담에서 남북이 개성공단 재가동 원칙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옥성석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부회장은 “남북 실무회담이 끝날 때까지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며 방북을 위한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다렸는데 방북이 허용돼서 다들 들뜬 상태”라며 “중환자실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로 있다가 간신히 살아난 기분”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부천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김모씨는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침 일찍 직원과 모여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설비 확인, 물량 반출을 위한 계획 작업에 들어갔다”며 “생산공장이 개성공단에만 있어 이대로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천만 다행이다.

하루 빨리 공단에 가서 공장과 물품, 설비 등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입주기업인들은 공단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과 안전한 조업을 위한 특별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안양시에서 반도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유모씨는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때 경협보험, 피해 지원 등 모든 게 불확실했던 게 여실히 드러났다”며 “앞으로 입주기업들이 안심하고 개성공단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개성공단을 특별구역으로 지정하거나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시 명확한 보상책 등을 마련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북길 허용될까, 회담 끝까지 촉각

재가동 위해 설비ㆍ물품점검 급선무

“안전보장 없인 개성공단 신뢰 못해”

사태재발 방지ㆍ명확한 보상책 ‘과제’

남북이 개성공단 재가동에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개성공단 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방치됐던 공단 내 설비 점검에 보름에서 한 달 정도가 소요될 예정이고, 앞으로 재발방지 등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후속대책에서 자칫 남북간 지루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개성공단에 대한 신뢰가 이미 떨어졌다고 판단한 입주기업들은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에 대한 확실한 안전 보장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공장을 재가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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