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담은 예술… ‘꽃보다 아름다운 노년’ 꽃피운다
“키스해 줘요. 나한테는 내일이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영화 ‘송 포 유’의 한 장면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 이미 늙었다는 것은 오늘의 밥 한 끼가, 지금의 입맞춤이, 이 순간의 고백이 늘 생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산다는 것일까?
바야흐로 ‘꽃노년’의 시대가 왔다. 허나 대한민국 대부분의 노인들은 경로당, 노인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주된 활동 내용이 친구와의 대화, 바둑·장기·화투·건강 체조, 라디오 및 텔레비전 시청 등이 대부분이다.
이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니어의 여가생활 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정부가 나서 노인복지 3F정책(Fun, Family, Future)을 수립하고 3F의 하나인 ‘Fun’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가생활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각 지역마다 시니어가 즐길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나가고 있는 추세다. 그 대표작품으로 바로 양평문화원(원장 장재찬)이 2013년 어르신문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꽃누르미(압화강좌)’ 사업이다.
2010년 이후 해마다 국내 귀농·귀촌 인구가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팍팍한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귀농·귀촌 현상을 부추겼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도권에 인접한 지리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는 양평군에도 귀농ㆍ귀촌 인구가 유입됐다. 2013년 양평군의 인구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전국 군 단위 인구증가율 2위를 기록하면서 최근 5년 동안 1만5천여 명의 인구가 늘어난 수치다. 이 같은 인구 증가에 따라 양평문화원읜 맞품형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꽃누르미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작품은 액자나 병품에 담거나 양초, 보석함, 명함, 카드, 스탠드 등의 일반 생활용품에 응용해서 광범위하다.
양평문화원은 지난 5월 29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오는 10월 30일까지 총 22회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60대부터 80대까지 30여 명의 양평군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수강생 중에는 류용채ㆍ정현숙, 남직우ㆍ차부근 부부도 있고 귀농ㆍ귀촌한 어르신들이 많다.
수업은 오선덕(43) 꽃누르미공예지도자가 맡아 △꽃누르미란? △꽃과 풀 채집시기 △ 장미ㆍ카네이션 누르미하는 방법 △양초에 꽃디자인하는 방법 △스탠드ㆍ손거울 만들기 등 초급과정에 알맞은 다채로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평문화원 ‘꽃누르미(압화강좌)’는 무료로 진행된다. 게다가 재료비 부담도 없다. 그래서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며 행복한 노년을 꿈꾸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좋다.
최고령 차부근(79) 어르신은 “꽃누르미는 자연을 담은 예술입니다. 무엇보다 자연을 소재로 하다 보니 정서적인 안정에 좋아요. 꽃누르미를 시작할 때는 그냥 가라앉은 심신에 활력이 될까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이자 취미가 됐어요.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배우니 더 재미있습니다.”
오선덕 꽃누르미공예지도사도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꽃누르미는 무심히 스쳐 지나는 작은 풀잎을 비롯해 절화, 낙엽 등을 그 모습 그대로 눌러 말린 후, 회화적 느낌이 나도록 구성한 조형예술입니다. 꽃누르미에 참여 중인 시니어들은 은퇴 후 집에서 TV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문화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꽃누르미는 어르신들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며 특히 노년에 무언가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는데 최고의 과정입니다. 정말 수업하는 내내 꽃보다 아름다운 어르신들 미소에 제가 다 행복해집니다.”
미래 우리사회에서는 과거 청년 주도의 문화가, 시니어가 주도하는 문화로 점차 전환되어갈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시니어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어 시니어의 다양한 여가생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것이 생산적인 경제활동으로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양평문화원의 ‘꽃누르미(압화강좌)’ 사업은 모범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글ㆍ사진_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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