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⑭화성문화원 예절관

정신ㆍ전통ㆍ민속ㆍ예절 등 계승…‘화성정신’의 메카로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인간, 만족한 바보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

물질적 충족보다 정신적 풍요로움의 중요성을 강조한,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이 말이 모든 이의 현실은 아니다.

자살, 왕따, 폭력 등 많은 사람이 끝없는 경쟁에 좌절하고 상처입어 정신적 빈곤의 늪에 빠져버리는 것이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러한 가운데 화성문화원이 화성시민의 정신적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오는 27일 공식 개관하는 예절관은 그 시작점이다.

“아무리 시대가 풍요로워도 정신이 빈곤하면 허탈하죠. 우리는 모두 그런 시대를 살고 있어요. 문화원은 바로 이 갈증나는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해요.”

우호철 화성문화원 원장의 말이다. 예절관을 마련한 이유다. 우 원장은 지난 2012년 1월 취임 당시, 화성시의 정신을 발현하고 문화원이 그 정신적 메카가 되기 위한 방안으로 예절관 마련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서 ‘화성 정신’은 무엇인가.

화성문화원은 화성정신으로 ‘충ㆍ효ㆍ예’를 꼽는다. 문화원 팸플릿 첫 장에도 이 화성정신을 내세웠을 만큼 모든 사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 실체는 화성시에 있는 각종 유적지와 역사 속 인물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화성시는 1억여 년 전 공룡알 화석지가 있고, 1천여 년 전 실크로드 시작점으로 신라가 서해를 통해 대중국무역을 실시할 당시 중요한 길목이자 출입구였던 산성 ‘당성’이 존재하며, 500여 년 전 조선시대 문신으로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한 우성전이 살았던 곳이다.

그 뿐만 아니라 200여 년 전 정조대왕의 효 사상이 오롯이 깃든 사찰 용주사와 부모은중경판을 볼 수 있고, 100여 년 전에 전국적으로 유례없이 시 전역에서 3ㆍ1만세운동이 이뤄진 지역이다.

이와 관련 우 원장은 “화성시의 역사적 흐름을 보면 충ㆍ효ㆍ예가 뿌리깊은 곳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문화원은 이 화성정신을 계승하고 이를 토대로 도시개발로 새롭게 유입된 시민과 원주민의 통합을 유도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예절관의 설립 이유, 나아가 이 시대 문화원의 존재 이유까지 확인할 수 있는 말이다.

문화원은 최근 지역문화재단과 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기관이 설립되면서 그 역할과 기능이 중복되고 비효율적이라는 비판 받으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화성문화원은 화성정신을 계승하고 발현시키는 공간으로 예절관을 새롭게 마련했다. 그 기저에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문화원의 자발적 변화가 읽힌다.

“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계 인프라를 지원하고, 박물관은 연구와 전시 등에 전문성을 확보한 기관이다. 이 상황에서 문화원은 온전히 시민만을 주연으로 세우고 정신ㆍ전통ㆍ민속ㆍ예절을 계승하는 거점이 돼야 한다”는 우 원장의 말이 재확인시켜준다.

드디어 이를 실현하는 출발선이 될 예절관은 화성문화원의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의 시민을 대상으로 한복 입는 법, 절하는 법, 차 마시는 법 등을 4회에 걸쳐 전문 예절 강사가 무료로 알려준다.

특히 초등학생에게는 정신적 기반을 다지고자 소학(小學ㆍ어린이에게 유학의 기본을 가르치기 위한 책)을 함께 가르쳐 눈길을 끈다. 문화원은 예절관 개관식에 청소년예절지원센터 현판식을 동시에 개최,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특화 사업을 적극 운영할 방침이다.

이미 개관하기에 앞서 초등학생을 비롯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시민 호응도는 일단 합격점이다. 단체 참여 신청은 물론 문화원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예절관을 본 학부모들의 문의 및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문화원은 앞으로 예절관 교육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코스를 5~10회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예절관 활용 방안은 다양하다.

현재 국비 지원 청소년 대상 체험 프로그램인 ‘화성시효행유적탐험대’에 예절관을 중요한 코스로 넣었다.

화성시효행유적탐험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이다. 용주사, 융건릉, 최루백효자각 등 화성시내 대표 유적지에 얽힌 역사와 가치를 알려 준 후 직접 현장을 방문, 예절관으로 되돌아와 그 정신을 체화할 수 있도록 예절교육을 이어간다. 국비 지원금 900만원을 토대로 15회에 걸쳐 탐험대를 꾸릴 계획이다.

문화원은 또 예절관을 통해 노인층의 고리타분한 공간이라는 편견을 깨트리고 이용자층을 전 연령대로 넓힐 전략을 세웠다.

돌잔치, 성년식, 결혼식, 회갑연, 상례 등 인간의 생애에 걸쳐 중요한 각 예법을 공모로 선정한 시민 가정에 대해 전통방식으로 치러주고 이를 촬영해 상영하는 방식이다. 갓난아기부터 노인까지의 삶을 보여주고 전 연령층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예절은 인간 도리의 근본이라고 했다.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근간이 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예절을 배우기보다 배부른 돼지의 삶을 쫓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영어마을과 현대화된 체험 교육 기관 등에 밀려 자취를 감춘 예절관이 방증한다. 이러한 때에 문화원이 예절관을 마련한 것은 유의미하다. 화성문화원 예절관의 활약을 응원해본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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