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지상주의가 우려스럽다.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영종도 앞바다의 방대한 갯벌을 준설토 투기장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은 반(反)환경적이다. 해수부는 최근 인천항 개발 과정에서 생긴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영종도 투기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기장 조성으로 없어질 갯벌은 316만1천㎡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1.1배에 달한다. 해수부는 이곳에 준설토를 매립, 수도권을 배후지로 한 종합관광·레저단지를 2020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이 갯벌을 훼손한다며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경단체들은 대안으로 현재 조성된 투기장의 호안을 높여 준설토 처리량을 늘리거나, 외국처럼 준설토를 건설골재·복토재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고 있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물론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대해 고용유발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환경’이라는 것을 간과한 단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눈앞의 수익사업에만 급급, 환경문제는 아예 도외시한 발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한때 우리에겐 자연을 파괴하고 녹지와 습지를 훼손해가며 공장 등을 짓는 것을 근대화의 성취로 찬양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 개발연대에 우리는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소중한 많은 것들을 잃었다. 사실 그동안 생태계에 대한 지식이 없던 시대엔 갯벌은 쓸모없는 황무지로 잘못 인식되었다. 그래서 서해안 곳곳의 많은 갯벌이 간척사업 등으로 사라지고, 국토를 넓혔다는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海水部, 천혜적 갯벌 여의도의 1.1배 훼손
세계적 희귀조 저어새 보금자리 빼앗아
인천시 市鳥 두루미도 겨울날 곳 잃을 판
그러나 갯벌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됨에 따라 간척 개발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갯벌이 각종 해양생물의 서식지이고,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나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다. 수산자원과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가치를 생산성으로 계산하면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이 엄청나다.
특히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예정지 인근 섬들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저어새 서식지다. 환경단체 조사결과 지난해 260여 마리의 저어새가 찾아 전 세계 저어새 개체 수 2천600여 마리 중 10%가 이곳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천시 시조(市鳥)인 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얼마 남지 않은 천혜적 자원이며 생태계 보고(寶庫)인 영종도 갯벌을 인위적으로 없애 버릴 수는 없다.
해수부 계획이 당장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겨냥한 발상이지만 환경 친화적인 국토개발에 부응하는지 여부를 신중에 신중을 기해 가려가며 추진해야할 것이다. 거시적 안목에서 개발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 한번 소실(消失)된 갯벌은 영영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