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문화원의 시대공감]16.이천문화원 ‘2013년도 문화유산 방문교육’

어르신들의 입체적인 눈높이 문화교육… 청소년 문화지수 ‘쑥쑥’

문화유산(文化遺産)은 국가 정체성과 문화 정체성의 핵심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의 정확한 이해를 통한 사회 통합이란 국가적 목표 달성에 밑바탕을 이루는 것이 문화유산이다. 문화유산의 사전적 의미는 장래의 문화적 발전을 위하여 다음 세대 또는 젊은 세대에게 계승ㆍ상속할 만한 가치를 지닌 과학, 기술, 관습, 규범 따위의 민족 사회 또는 인류 사회의 문화적 소산. 정신적ㆍ물질적 각종 문화재나 문화 양식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자원이 없어 가난했던 우리 민족은 훈민정음, 금속활자 등 창조적인 문화유산으로 21세기 문화강국으로 성장했다. K-pop과 K-드라마 등 한류로 지칭되는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전통 문화 등 한국 문화의 다양한 측면을 세계인들에게 어필하며 붐을 일으키고 있는 문화한류가 그 사례다.

문화유산은 결코 ‘옛 것’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21세기 문화산업의 선두이고, 품격 있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탄탄한 미래를 위해 문화유산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로컬 중심의 문화유산 교육을 통해 지역 청소년들에게 문화지수(CQㆍCultural Quotient)를 높여주고 있는 이천문화원(원장 조명호)이 주목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천문화원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인성을 높이고 이천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애호심과 올바른 역사의식을 정립하기 위한 ‘2013년도 문화유산 방문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번 교육은 IQ에 열광하던 시대에 감성을 강조하던 EQ를 넘어, 융합의 시대 CQ가 주목받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발 맞춘 프로그램으로 학교교육에서 전문지식 부족, 교육과정 연계미흡, 교재 미비 등의 이유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극복해보고자 기획됐다.

‘조상의 얼이 담긴 이천 문화유산과의 만남’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3월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 총 81회 교육이 예정돼 있는 이번 프로그램은 이천 지역 초ㆍ중등생을 대상으로 한다.

방문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서희, 어재현 장군 등 우리고장 위인과의 만남 △설봉산성, 고인돌 등 우리 고장의 문화재 탐구 △현대 생활 속의 전통예절 △박물관 견학 및 영릉 참배 등의 현장학습 등 크게 네 가지 파트로 나눠 진행된다.

이천에는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풍부하다. 고종 때의 무관으로 미국 로저스 제독이 지휘하는 군함과 광성진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전사한 어재연 장군부터, 독립운동가 이수흥 의사, 고려의 외교 문신 서희 선생 등을 비롯해 신라 때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설성산성’, 이천향교, 이천중리삼층석탑, 이평리석불입상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분포돼 있다.

풍부한 지역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교육은 기존의 하드웨어적 문화재 개념과 범주를 탈피해 생활상과 정신적인 부분, 역사문화 경관, 세계문화유산 등 그 개념과 외연이 확대되어 가는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현대적으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암기식 문화교육과는 궤를 달리 한다.

강의는 60세 이상 전직 교원, 공무원 출신 어르신들로 구성돼 활동 중인 이천문화원 소속 이천향토사문화재보존연구회(이하 향문회) 회원들이 맡아 하고 있다.

문화유산 방문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성희경 어르신은 “40년 교직생활을 마무리 짓고 역사와 과거, 조상의 얼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우리 자신을 알고 새로운 미래를 열자’라는 취지에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며 “고리타분한 전통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현장교육, 문답식 교육, 스토리텔링기법,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입체적인 눈높이 교육으로 진행해 학생들과 학교측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강사의 수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전통예절교육을 통해 인성교육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절교육은 기본예절인 인사법, 어른을 대하는 예절과 친구간의 예절, 선생님에 대한 예절 등 학교예절을 비롯해 가정에서의 예절, 언어예절 등을 익히고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제공한다.

어르신들의 맞춤형 예절교육은 다채로운 예절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되고 있으며, 나아가 어린이 인성교육과 배려, 나눔의 실천 의지를 다지는 교육활동으로 인기가 좋다.

조명호 이천문화원장은 “문화유산은 국민이면 누구나 지키고, 가꾸고, 알려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환경문제로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문화재가 있는가 하면 주변에 둘러보면 오랫동안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재가 있다”며 “관심 밖의 일이라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할 책임을 통감하고 공부하는 성숙된 국민의식이 달라져한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문화재를 공부하고, 답사하게 함으로써 ‘옛 것’을 ‘미래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기성세대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천문화원이 문화유산 방문교육의 롤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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