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현장을 가다] 1. 남녀노소 평생 배움터 ‘경기창조학교’

주입식 ‘학교 담벼락’ 허무니 ‘創材’가 깨어났다

영화로 제작된 장편소설 ‘은교’로 사회에 불편한(?) 질문을 던졌던 소설가 밤범신, 독설과 달변이 적절히 조화된 평으로 매니아층을 형성한 음악평론가 임진모, 좋은 습관을 하나씩 일러주며 병원에 가지 않고 건강을 지키는 법을 설파하는 이시형 박사.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의 이야기를 총괄해 주관하는 이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라면 감이 잡히는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경기창조학교에서 멘토로 활동하며 울타리 없는 창의ㆍ인성 교육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인문학과 예술, 과학과 기업,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를 기본 축으로 삼고 연령대 없는 교육에 나선 경기창조학교는 울타리와 커리큘럼이 없다는 게 특징. ‘그게 학교인가?’,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에게 경기창조학교를 관할하는 이성 경기평생교육진흥원장은 오히려 묻는다.

“이 곳에서는 전연령대를 대상으로 수백명의 멘토가 어느곳보다도 다양한 내용을 교육합니다. 담벼락이 있는 곳만이 학교라는 건 과연 누구의 기준입니까?”

경기창조학교는 말 그대로 ‘울타리 없는 학교’다. 어느곳보다도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지만 교실도, 교사도 없다. 다만 호기심을 이끌어 생각을 열어주는 멘토가 있을 따름이다.

방식은 간단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해 온라인 강의를 제공, 기존의 교육의 방법과 관념을 탈피한다.

20분 분량의 간단한 강의에서부터 60분 분량까지, VOD 형식으로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800여편의 강의영상을 ▲창조이론과 교육 ▲언어와 인문학 ▲예술과 오락문화 ▲과학과 기술 ▲경영으로 나눠 73명의 멘토가 제공한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총관멘터로 있는 가운데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 김남조 시인, 김훈 소설가, 김덕수 국악연주가, 금난새 경기도립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송승환 난타공연기획자, 김수용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표재순 연출가 등 멘토진도 화려하다.

이렇게 다채로운 강의를 제공하는 경기창조학교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곳일까.

■ 멘토링시스템 통한 최초 ‘디지로그형’ 학교

경기창조학교는 지난 2009년7월 개교, 2011년12월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설립된 이래 진흥원을 통해 운영되는 평생교육기관이다. 디지털의 가상세계와 아날로그의 실제 현실이 합쳐진 ‘디지로그’형 학교라는 설명답게,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강의까지 이뤄진다.

네이버 TV 캐스트, 올레 TV 홈페이지, 올레 TV 스쿨, 올레앱을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된다. 특히 경기도민에게는 1천500여편의 무료 콘텐츠를 통한 평생학습을 실시, 멘토 강의 외에도 경기창조학교 온라인캠퍼스(www.k-changgeo.org)에서 800여편, 여성능력개발센터 홈런(www.homelearn.go.kr)을 통해 700여편의 주부 맞춤형 콘텐츠를 전하는 한편 평생학습 통합 포털사이트가 8월 개설되는대로 노인을 위한 실버 맞춤 콘텐츠가 제공될 예정이다.

매해 최소 50개에서 100여개의 새로운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일년에 두차례씩의 기수제로 운영되는 만큼 경기창조학교 홈페이지에 회원가입 후 신청하면 새로운 동영상 강의 중 관심분야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동영상 강의 외에도 일부 강의에 한해 매 기수별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강의도 이뤄진다.

지난해 정윤수 멘터의 문화평론을 수강한 장정미씨(56)는 “미술, 음악, 문화, 역사, 전쟁사 등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문화 전반을 아우르면서 끊임없이 문화를 찾아나선 문화전도사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창조학교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신간이 나를 흔들어 깨우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 사회소외계층 교육 확대… 제2 인생 견인

온라인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이를 벗어난 오프라인 교육도 활발하다.

특히 결혼이주여성, 노숙자 등 사회소외계층을 교육의 저변으로 끌어들인 점이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결혼이주여성을 창의인성지도사로 육성한 사업이다. 경인교육대학교 한국 다문화연구소에 교육을 위탁해 총 260시간의 교육 과정을 마친 결혼이주여성들은 다문화 전래동화와 한국의 동화를 통해 제3의 스토리를 만들고, 교육 이수 후에는 방과 후 학교나 토요학교에서 지도사로 활동할 수 있다. 실제 올해 용인에만 8개 학교에 총 4명의 배치돼 다문화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노숙인에게는 노숙인 쉼터를 이용해 인문학과 기술 교육을 동시에 실시, 직업기술교육을 통해 취업까지 알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숙인 사업을 통해 지난해 1명이 창업하고 1명이 취업, 올해는 2명이 경기도기술학교에서 제 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종전의 것을 알리고 사회에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과연 창조와 얼마나 관계가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성 경기도평생교육원장은 이렇게 답한다.

“창조, 창의라는 건 대단한게 아닙니다. 모두가 스티브 잡스가 돼 아이폰 6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 아니겠어요? 모든 사람이 자기자리에서 작은 것을 다른 각도로 보고 새롭게 시작하면서 일어나는 변화, 그게 바로 창조입니다. 경기창조학교는 모든 사람의 자그마한 변화를 통해 창조를 일구고자 합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사진=경기평생교육진흥원 제공

[Interview] 이성 경기평생교육진흥원장

창조의 어머니는 ‘다양성’ 새로운 시작이 변화 주역

결혼이주여성ㆍ노숙인 사회진출 ‘창조발판’

-경기창조학교만의 교육철학이 있다면.

창의성은 결국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경기도평생교육원의 사업 중 하나가 결혼 이주여성을 창의인성지도사로 교육해 양성하는 것이다. 이들을 실제 도내 9개 학교에 배치했다. 각자 나라별 콘텐츠를 교육하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아이들이 “우리 선생님과 다문화 선생님은 다른 게 없다”고 얘기한다.

다문화 사회, 글로벌 사회 외치기만 해봤자 소용없다. 그들이 직접 지식의 공급자가 돼 가르쳐주면 인식이 달라진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새로운 교육이 가능하다.

-결혼이주여성, 노숙인, 노인 등 교육대상이 다양한데.

학습을 통해서 일자리를 잡는 것을 돕기 때문에 교육대상 범위는 없다. 노숙인의 경우 서울시는 인문학 교육을 많이 하고, 다른 곳은 직업교육만 하기에 우리는 ‘토탈케어(total care)’를 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인문학 교육, 직업교육, 일자리 알선, 주거공간 제공 등을 하고 있다. 교육이란 것이 꼭 어린이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누구든 지식이 있는 사람은 인문학 교육, 기술이 없는 사람은 기술을 가르쳐줘야 한다. 교육대상이 다양한 것이 당연하다.

-장기적인 목표는.

방송사에서 창의인성 콘텐츠가 한 축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올해는 육ㆍ해ㆍ공군 등 3개 군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다. 기관별 맞춤형 제작도 고려 중이다. 갑이 아닌 을의 입장에서 보급하고자 한다.

콘텐츠 좋다는 얘기 많이 듣는다. 정량적으로 보기 어려운 성과지만, 초등학교 중학교에 정기 프로그램은 아니더라도 진로 및 체험 등의 과정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훌륭한 맞춤형 교제로 제작할 의사가 있다.

-마지막으로 바람이 있다면.

학교가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됐으면 좋겠다. 양질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려고 해도 경직화된 학교교육 시스템에 편입하지 못하는 일이 간혹 있다.

지역 교육청과의 MOU 체결이 목전에서 취소된 일도 있다. 교육의 방식을 보다 폭넓은 눈으로 보고 유연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학생들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사진=김시범기자 sb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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