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전두환

임양은 논설위원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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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이 29만원이라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진짜 재산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추징금 2천200억원 중 1천672억원의 미수에 대해 강력징수에 나선 검찰은 이제 그의 비자금 수사 체제로 전환, 전씨의 재산 관리인인 처남 이창석씨를 지난 20일 탈세 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이씨는 1988년 11월 5공 비리 수사 당시에도 구속된 적이 있다. 그 때의 검찰총장이 지금의 김기춘 비서실장이었다.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란 게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되고 난 1980년이다. 국회도 해산되고 국보위의 국가보위입법회의란데서 국회의 권한을 대행했다. 그 가운데서도 핵심 요직이 국가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였다. 바로 이 자리에 군 합수부장이던 전두환 소장이(나중에 대장까지 진급) 앉아 천하를 호령했다. 이른바 신군부의 우두머리(다음이 9사단장이던 노태우 소장)로 그의 말이라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지경이었다. 오죽 했으면 최규하 당시의 대통령이 하야 했을까?

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야간통행금지를 폐기하고 교복을 자율화하고 조기 컬러 방송을 시작한 것이 이때다. 육군 참모총장을 납치한 1212 하극상을 거쳐 장충체육관에서 대통령 선거인단의 간선으로 ‘체육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88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고 프로야구 또한 전적인 그의 지원에 힘입어 생겼다. 정권의 정통성에 취약성을 면치 못한 그는 대중 영합주의 정책을 썼던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 3저 현상으로 재임시 가장 물가가 안정됐다는 말을 듣는 것은 그의 행운이다.

그러나 권좌를 철두철미하게 돈방석 자리로 악용한 것도 그다. 1996년 1월12일 검찰이 전씨를 특정범죄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42개 대기업체로부터 각종 특혜 명목으로 받은 기업별 뇌물성 돈이 2천159억5천만원에 이른다. 허나, 이는 증거가 확실한 금액일 뿐, 드러난 그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5공 비리로 치면 노태우 전 대통령도 전씨에 버금가지만 노씨는 추징금을 거의 다 내어 추징금 납부의 다과에 따라 은닉 재산이 추적되고 있다. 검찰은 전씨가 퇴임후 2천억원의 비자금을 3만여의 차명계좌로 운용한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호에서 서울발로 전씨의 추징금 추적을 보도하면서 ‘마지막 독재자’라고 했다. 올해 83세인 그는 무엇을 생각할까?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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