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시, 왜 어린이집 보조금 누수 못 막나

쌈지 돈이 따로 없다. 인천지역 등 어린이집 운영자들이 국가 보조금을 무시로 제 주머니 돈 처럼 빼 쓰다 경찰에 적발됐다. 인천남부경찰서는 180여 곳의 어린이집 원장들이 교재교구 납품업체와 짜고 보조금을 빼먹은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최근 이들 어린이집에 교재교구를 납품한 인천시 남구 소재 H업체를 압수 수색해 관계서류를 확보, 분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어린이집 원장들은 H업체와 결탁, 교재교구 구입비를 부풀려 결제한 뒤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보조금을 빼돌렸다. 전형적인 비리 수법이다. 국가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여긴 것이다. 지난 3월에도 수년 간 식자재 구입비를 부풀려 9억원의 보조금을 빼먹은 어린이집 원장 140명이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지난해엔 인천지역 어린이집에서 국가 보조금을 부정으로 받았다가 적발된 사례가 110건에 2억8천8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국가 보조금이 현장에서 줄줄 새고 있는데도 정작 보조금을 지원한 감독당국은 속수무책이니 답답하다. 어느 자치구 관계자는 국공립 보육시설의 감독은 쉬운 편이나 민간 어린이집 감독은 서류 감사에 그쳐 제보가 없는 한, 비리 적발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했다.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현장 조사를 게을리 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억지 핑계다. 결국 눈감고 퍼줬다는 얘기다.

어린이집 보조금 지원 시책은 정부 복지정책 중 중요 부분의 하나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여성인력 활용이 선결과제이고, 이를 위해선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보육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은 물론 민간 어린이집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보육의 공공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린이집 원장들이 이를 악용하고 나라가 주는 돈은 공돈이라는 의식을 갖고 보조금을 빼돌리는 것은 부도덕하다. 원장들의 이런 행태가 몰염치한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이들에게 속아 넘어갈 정도로 어수룩한 일선 행정기관의 검증시스템도 문제다. 보조금 부정 수급 사례가 반복되는 것은 어린이집에서 멋대로 부풀려 꾸민 신청서를 담당 공무원이 현장 확인 없이 보조금을 받게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수사결과 부당 수급이 확인되면 인천시와 해당 지자체들은 이를 전액 환수 조치해야 한다. 형사적 처벌과는 별도로 강력한 행정 제재도 필요하다. 담당 공무원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국가 보조금을 임자 없는 돈 빼가듯 하는 비리가 재발되지 않게 일선 공무원의 철저한 현장 점검 등 빈틈없는 감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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