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진화를 꿈꾸다]<中>기부금 정착 사례

기부 늘었지만 여전히 소수뿐… ‘풀뿌리’ 기부문화 아쉽다

60代 이상일씨, 폐휴지 팔아 우유병에 차곡차곡… 6년새 228만원 기부

“나눔에는 남녀노소, 빈부 귀천이 따로 없다”, “씀씀이는 줄이고 아낌없이 봉사하자” 동전으로 가득 찬 우유병에 쓰여 있는 글귀다. 우유병의 주인은 안양시 동안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상일씨(67).

매년 우유병에 동전을 한가득 모아 사랑의 열매 모금함에 기부하는 그는 이웃들 사이에서 ‘우유병 할아버지’로 통한다.

그는 새벽부터 동네 골목이나 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주운 폐휴지를 팔아 모은 성금을 우유병에 채워 모금단체에 기부한다. 지난 2008년 1만9천150원을 시작으로 6년째 기부를 하고 있으며 매년 기부금이 점점 늘어나 현재까지 누적액만 약 228만630원에 이르고 있다.

이씨는 어린시절 어머니가 부족한 형편에도 틈틈히 이웃을 돕는 것을 보면서 기부를 생활화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잠시라도 기부활동을 중단하면 견딜 수가 없다는 그는 “30년을 기부하면서 살아와서 그런지 이젠 기부가 삶의 일부가 됐다.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기부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할 생각”이라며 “눈감는 날까지 기부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할 생각이다. 나이가 더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면 기부하는 금액이 줄어들 뿐이지 기부를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배가 불러 남을 생각하는게 아니라 내가 없더라도 남을 생각하는 것이 기부의 시작이다”고 강조했다.

수원버드내노인복지관, 재능기부ㆍ나눔봉사 등 기부문화 활성화 노력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위치한 수원버드내노인복지관.

2006년에 설립된 이 복지관은 금전기부에 한정된 활동이 아닌 재능기부, 나눔봉사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버드내노인복지관 기부금 현황에 따르면 지정기부, 비지정기부, 결연후원금을 포함한 전체 기부금액이 2010년 8천400여만원에서 2011년 9천500여만원, 2012년 1억1천여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관을 통해 4년 동안 기부활동을 하고 있는 인연수씨(70)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매월 1만원씩 정기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다. 복지관내 노인봉사단 ‘발사랑 봉사단’ 단장으로 활동 중인 그는 기부뿐만아니라 치매어르신의 발맛사지 등 자원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기부를 할 생각이라는 그는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를 통해 느껴지는 만족감은 그 이상이다”라며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기보다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기부하고자 하는 마음은 저절로 생겨날 것” 이라고 말했다.

복지관은 지난달 6일 수원역 광장에서 ‘기부의 대중화 콘서트’를 벌이는 등 지역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원버드내복지관 이병승 관장은 “복지관의 기부금현황추이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과거보다는 기부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수의 활동이며 아직 완전히 정착됐다고는 할 수 없다”며 “시민들이 공공역할을 하는 정부, 학교, 복지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기부선진국에 비해 낮다. 시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기부문화에 대한 마음이 닫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장은 또 “기부문화확산 및 정착을 위해서는 시민의식 개선 뿐만아니라 기부문화확산을 겨냥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연도별 모금액은 2011년도 269억8천여만원에서 2012년도 292억여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상반기 모금액을 집계한 결과 131억9천여만원으로 지난해 대비(101억5천여만원) 30%가 증가했다. 모금액 중 개인 기부는 79억4천여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인 57억4천여만원에 비해 38%인 22억원이 늘었다.

이 처럼 법인 기부에 비해 개인 기부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에 대해 도 모금회는 전반적으로 생활 속의 풀뿌리 기부문화가 정착돼 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의 기부활동으로 경기도 모금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용돈을 모아 작지만 큰 사랑을 실천하는 고사리손의 기부부터 폐휴지를 모아 기부하는 어르신까지 시민이 시민을 돕는 따뜻한 연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도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쉽고 즐겁게 기부를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 모금 방법을 개발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준상 기자 parkj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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