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정식종목 된 레슬링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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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은 투기 종목 중 기원이 가장 오래됐다. 유적지 출토품이나 예술작품 등을 통해 레슬링의 존재를 고찰할 수 있는데, 가장 오래된 것은 고대 이집트 왕조 중기(BC 2131∼BC 1786)의 것이다. 인도에서는 BC 1500년 이전에, 중국에서는 BC 700년부터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다.

레슬링은 에게문화를 거쳐 고대 그리스에 계승돼 BC 776년부터 고대올림픽의 주요 종목이 됐다. 고대올림픽에서는 3판2승제의 토플링경기와, 레슬링과 복싱을 혼합한 것으로 한 사람이 항복함으로써 끝나는 판크라티온이 있었다.

레슬링은 제1회 근대 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제6회 올림픽 이후에는 오늘날과 같은 자유형·그레코로만형의 경기로 구분됐다. 자유형은 상대방 신체의 어느 곳(급소 제외)을 공격해도 좋으나, 그레코로만형은 허리 아래의 공격은 반칙이다.

한국에 레슬링이 들어온 것은 1935년 일본 유학생들에 의해서다. 이후 꾸준히 발전해 각종 세계대회 및 올림픽에서 우승하는 등 아마추어 레슬링의 세계적인 강국이 됐다.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 11개와 은메달 11개, 동메달 13개를 안긴 효자 종목이다. 건국 이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주인공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양정모 선수다. 그 뒤를 이어 두 체급에서 금메달을 휩쓴 심권호를 비롯해 박장순, 안한봉, 정지현, 김현우 등 영웅들이 많다. 하지만 힘든 종목이라는 인식 탓에 유망주가 줄어들고 국제무대의 바뀐 규정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바람에 최근엔 고배를 마실 때가 많았다.

더군다나 올해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이 핵심종목에서 탈락돼 한국뿐 아니라 세계 레슬링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9일(한국시간) IOC 총회에서 다시 정식 정목으로 극적 회생했다.

고대올림픽에서 시작된 레슬링은 근대올림픽에서도 단 한번(1900년 제2회 대회)을 제외하고 줄곧 정식 종목의 지위를 잃지않은 상징적인 종목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IOC의 개혁 요구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충격적인 탈락 소식을 전해들었고, 이후 뼈를 깎는 개혁에 나서 7개월 만에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선택받았다.

레슬링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과 함께 한국 레슬링의 부활을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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