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 진화를 꿈꾸다]<하>기부문화 발전 방안

‘나눔’ 단계 벗어나 ‘기부’ 유도… ‘모금 전문가’ 양성 필요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곳곳에서 그 형태를 달리하며 기부 선진국과의 간격을 좁혀가고 있다. 이제는 정착과 동시에 발전ㆍ진화하는 기부문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부문화의 진화를 저해하는 요소를 살펴보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기부문화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기부에 대한 오해의 해소

우리나라의 기부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ㆍ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만연한 기부에 대한 오해를 우선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기부는 재벌이나 매체에 오르내리는 유명인사에 국한된 특수한 행위로 인식하는 습관적인 오해에서 벗어나야하며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하는 것이 진정한 기부’라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또한 돈과 명예가 있는 대기업 CEO, 정치가, 연예인 등의 고소득층 또는 조직은 재산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해야한다는 ‘사회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건국대 발전기금본부 황신애 모금기획부장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는 동기는 저마다 달라도 자신의 소유를 포기하고 타인을 위해 희생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며 자발성이 있으면 사회적으로 칭송까지 받는다”라며 “유명 인사들의 기부가 사회적 속죄와 관계없이 선행적, 자발적으로 이뤄지면 금상첨화겠지만, 어떤 이유든 그들의 기부가 당연시 되거나 폄하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적게 가졌다고 기부하지 않는 사람과 가진 것이 많은 기부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소유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타인을 의식하고 더불어 사는 자세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기부 전문가 양성 필요

기부전문가 양성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황 모금기획부장은 “기부는 사회적 재원의 잉여가 있는 곳에서 결핍된 곳으로 흐르게 하는 활동을 말한다. 여기서 모금가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돈의 이동’이 아니라 ‘가치의 재생산’이다”라며 “기부를 통해 기부자가 얻는 ‘만족감과 사회적 존경’의 감정과 수혜자가 누리는 ‘충족감과 관계의 고귀함’ 등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에너지이자 새로운 가치가 된다”고 말했다.

또 “모금전문가가 기부의 메커니즘 안에 이러한 가치사슬(the Chain of Value)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모금전문가를 양성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그리고 좋은 모금가를 구별하기 위한 기준과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이를 위해 반드시 모금가협회가 설립되고 적절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정착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부문화의 진화를 위해서는 이를 앞장서 선도할 ‘모금 전문가’의 적극적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눔의 재해석

기부문화를 활성화하자라는 목소리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용어가 있다. 바로 ‘나눔’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기부단체나 개인들은 이 나눔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기부단체부터 봉사단체까지 ‘나눔’은 ‘기부’의 패키지처럼 따라붙는다. 나눔은 인간의 아주 좋은 덕망 중 하나지만 그 속에 내포돼 있는 다른 의미로 인해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공인모금전문가(CFRE) 비케이 안 교수는 “나눔이라는 용어는 여러 가지 좋은 뜻을 담고 있지만 일부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기부문화의 진화를 위해서는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기부선진국에서는 기부에 나눔(sharing)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기부의 ‘주다’와 달리 나눔에는 ‘주고’, ‘받다’의 개념. 즉 공유의 개념이 포함돼 있다”며 “기부가 나눔의 개념으로 무작정 받아들여질 경우 잘못된 해석으로 인해 생겨나는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나눔은 이제 막 기부문화에 관심을 갖는 개발도상국에서 처음으로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컨셉으로는 충분하다. 하지만 기부선진국으로 갈수록 기부문화의 근본 컨셉은 개인, 자유로움, 박애주의, 적극적 요청으로 변화해야 한다.

안 교수는 “기부문화의 진화를 위해서는 소액기부에서 거액기부로 그리고 유산기부로 발전시켜야하는데 현재 나눔의 컨셉으로는 부족하다”며 “나눔 개념에서 탈피해 좀 더 큰 개념(투자형기부)으로 기부자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능기부의 활성화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됨에 따라 기부에 관련된 다양한 컨텐츠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이 가진 특별한 재능이나 전문적인 능력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방식의 재능기부도 이 중 한 가지로써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하나를위한음악재단은 활발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 중 하나로 음악이라는 예술활동을 통한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음악재단의 재능기부활동 중 하나인 ‘M4one’ 해외사업은 한국의 재능 있고 유능한 음악전공자들을 모집해 해외 문화소외지역으로 파견하는 예술 지원프로그램이다. 전공자들을 통한 음악교육뿐 아니라 장학금 지원사업을 통해 가난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하는 아이들을 후원한다.

음악재단 박재현 사무국장은 “그동안 수많은 국제기구와 기부단체들의 활동으로 빈곤지역에 많은 도움을 줬다”며 “M4one은 음악전문 NGO로서 육체와 정신의 불균형한 지원에 대해 고민했고 생존에 관련된 1차적 구호에 이은 정신적 2차 지원을 실천함으로써 ~에게 제 2의 삶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국장은 이어 “일반적인 금전기부에서 부터 예술을 통한 재능기부까지 우리나라의 기부선진국을 향한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쌓이고 보완되며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우리나라의 기부활동은 한층 성숙된 기부문화로써 자리잡을 것이다”며 “기부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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