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박물관이 있는 시골풍경

구부렁한 시골길의 소실점 끝에 외딴 집 몇 채가 웅크리고 있다. 논두렁 울안에 노랗게 영걸어가는 벼, 콩밭도 노릿하다. 향리인 이곳에 대학 강단을 내려놓은 소설가 이재인 교수가 만든 한국문인인장박물관이 있다. 언덕 따라 세워진 시비의 시혼도 웅혼하고, 유명문인들의 분신과 같은 인장의 채취는 규방의 향기처럼 온전히 머물렀다. 낯선 손님의 방문에 강아지가 발목에 달라붙어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어대고, 암탉들은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달걀 몇 개를 풀섶에 낳아놓았다. 정 많은 관장님은 식사대접이라도 하겠다며 나그네를 인근의 광시 한우식당으로 안내했다. 이곳의 버섯전골은 느타리 팽이 버섯과 한우고기가 듬뿍 들어 간 구수한 맛인데, 싱싱한 간과 천엽, 지라, 그리고 육회가 덤으로 나온다. 막걸리 한잔 기울일 때 벽에 걸린 관장님의 ‘곶감이 있는 겨울 풍경’이란 시가 격을 높였다. 내포의 들녘위에 비수처럼 시퍼런 가을 하늘이 걸린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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