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 ‘한글날’, 문화축제로 승화… ‘한글! 한류로 등극하라’
국보 70호,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 그리고 우리 국민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유산으로 꼽는 ‘한글’, 그러나 과연 우리는 한글과 한글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글날이 국경일이자 공휴일임을 정확히 아는 비율은 응답자의 절반(52.1%)에 그쳤고, 한글날이 공휴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30%가 넘었다. 또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반포한 해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65.3%)이 많았다.
이처럼 언어생활에서 한글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는 한글 파괴나 외국어 사용에 무감각해지고 있지만 정작 세계에서는 가장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언어로 우리의 말과 글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 언어학자들은 “소리와 글이 체계적으로 연결된 완벽한 문자”라며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 과학성을 인정하고 있고, 심지어는 패션계를 중심으로 그 미적 가치까지 상품화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유네스코에서는 ‘세종대왕 문해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하며, 훈민정음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도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의 국제 공개어로 한국어를 채택하는 등 한글 우수성과 국제적 위상은 높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방문화원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글날’, ‘한글’과 ‘세종대왕’을 주제로 한 ‘세종문화큰잔치’ 행사를 해마다 개최해 오고 있는 여주문화원(원장 김문영)의 노력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조선조 제4대 세종대왕이 안장된 곳…여주군 왕대리 ‘영릉(英陵)’
조선조 제4대 세종대왕(1397~1450)은 즉위 25년이던 1443년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해 1446년 반포했다. 고른 인재 등용, 유교정치 구현과 함께 민족문화를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역사상 가장 찬란한 시대를 집권한 세종대왕이 안장된 곳은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의 영릉(英陵)이다. 영릉(寧陵·효종과 인선왕후의 무덤)과 함께 지난 1970년 5월 26일 사적 제195호로 지정된 이 곳에는 세종의 비 소헌왕후(昭憲王后·1395∼1446)도 합장됐다.
1962년 10월 9일 한글반포 516주년을 맞는 한글날, 경기도와 재건국민운동경기도지부, 그리고 예총경기도지부의 공동 주체로 제1회 ‘세종문화 큰잔치’ 가 열렸다.
‘세종문화 큰잔치’는 경기도 나름의 문화행사를 모색해 오던 중 마침 세종대왕의 능묘를 모신 영릉이 여주에 위치한 점에 착안해 이를 토대로 세종대왕의 성덕과 위업을 추모하고자 행사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종문화 큰잔치’는 경기도 단일행사로만 그칠 성질의 것이 아니어서,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이와 유사한 행사들이 난립해 경기도 주종행사로서는 문제가 생겨났다. 결국 이 같은 현상은 동일행사에 재정적 손실과 행사의 특성이 없어진 나머지 문화제로서의 가치가 경감되었을 뿐만아니라 능전행사에만 주력하다 보니 행사의 규모가 축소됐고 마침내 중단되는 불행을 겪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1976년 제15회까지 이어왔지만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영능 성역화사업이 마무리되면서 1977년부터 ‘세종대왕숭모제전’으로 명칭을 바꾸어 문화공보부에서 주최를 하면서 ‘세종문화 큰잔치’는 15년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그러나 ‘세종대왕숭모제전’은 다례행사로 문화제와는 동떨어진 행사였으며, 일반인의 참관이 허용되지 않아 문화행사의 가치가 없었다.
5년이나 중단됐던 ‘세종문화 큰잔치’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은 1981년 10월 9일. 당시 여주문화원의 노력과 여주군의 지원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다가 1986년 제21회 ‘세종문화 큰잔치’를 여주문화원 주관으로 거행함으로써 향토문화 행사로서 자리를 굳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여주문화원은 10월 9일 오전 10시부터 세종대왕릉과 세종로 일대에서 ‘한글! 한류로 등극하라’를 주제로 훈민정음 반포 567돌 기념 한글날 행사를 개최한다.
문화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표 문화유산이자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발판이 된 한글의 가치를 드높이고 ‘문화국경일’로서의 한글날의 위상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문화정체성과 자긍심을 크게 고양시킴은 물론 다문화 시대에 한글날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문화축제로 승화시키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궁중에서 벌어지던 궁중정악(전통악기 공연) 재현 △567돌 한글날 기념식 △훈민정음 서문 봉독 △궁중정재(궁중무용) 재현 △세종합창단 한글날 노래 제창 △한국 유일의 여성줄꾼 박선미 명인의 전통줄타기 공연 △아름다운 한글 ‘시’ 낭송회 등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공휴일에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한글 탁본 체험 △예쁜 한글 티셔츠 만들기 △한글 가훈쓰기 △설탕공예 ‘맛있는 한글날’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같이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코너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9일 오후 3~4시 세종로 상설무대에서 열리는 가족 뮤지컬 ‘세종대왕이 뿔났다’와 오후 4~5시 전국 각 대학 패션 관련학과 대학생들의 독창적인 한글의상을 볼 수 있는 ‘한글 패션쇼’는 빼놓지 말아야 할 대표 행사다.
김문영 여주문화원장은 “15세기 중엽에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올해 한글날에는 세종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기고 착한 한글 사용으로 바른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가 됐으면 한다”며 “경기도와 여주시가 주최하고 여주문화원이 주관하는 ‘세종문화큰잔치’를 제대로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