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 생태교통 실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생태교통 2013 수원’ 폐막

‘차 없는 미래’를 고민해 보고자 마련된 ‘생태교통 2013 수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한달간의 값진 행보를 마무리했다.

세계 45개국 95개 도시 대표들이 참여한 ‘2013 생태교통 수원총회’를 시작으로 지난달 1일 시작된 페스티벌은 국내외 100만 방문객이 행궁동 차 없는 마을에서 생태교통을 체험하는 성과를 거두며 한달 여정을 마치고 1일 폐막했다.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수원시는 생태교통에 도전한 세계 최초 도시로 기록되면서 생태교통의 표준을 보유한 중심도시 위상을 갖게 됐다.

◇생태교통 최초 도전 도시 세계 각인

지난달 1~4일 열린 ‘생태교통 수원총회’에는 세계 45개국 95개 도시 대표가 참가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미래 교통시스템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 도시 대표들은 “대부분 도시가 자동차를 선호하며 도시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래 교통 개념은 걷기, 자전거, 카셰어링 등 지속가능한 경제적 이동수단”이라며 생태교통 추진 의지를 담은 수원총회 선언문을 채택했다.

특히 생태교통 수원총회에 참석한 세계 각 지방정부 지도자들은 화석 연료가 고갈된 상황을 설정한 뒤 세계 최초로 실제 상황에서 차 없는 마을을 구현한 수원 행궁동 실험을 목격했다.

‘생태교통 수원2013’ 개최로 수원시는 생태교통에 도전한 전 세계 첫 번째 사례 도시로 생태교통의 표준을 제시하며 세계 생태교통의 중심도시 위상을 굳혔다.

◇행궁동 주민 불편 감수 차 없는 마을 실현

차 없는 마을 행궁동 0.34㎢에 거주하는 주민은 2천200가구, 4천300명으로 이들이 보유한자동차는 1천500여대에 이른다.

처음에 이들은 내 집 앞에 차를 세우던 달콤한 습관을 버리고 한 달 동안 외부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불편을 감수하라는 통행제한 조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자치단체장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자고 요구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며 “어리석은 사람의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는 수십 차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가가호호 방문하며 설득하는 한편 주민추진단, 시민서포터즈를 구성해 뒷받침하게 했다.

덕분에 행사 개막을 하루 앞 둔 8월31일 밤 행궁동 차량은 놀랍게도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개막일인 1일 오전 화서문로, 신풍로 등 주요 도로를 비롯해 골목까지 차량은 사라졌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태교통을 추진하는 시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생태교통 수원2013’ 총책임을 맡은 ICLEI(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오토 짐머만 전 사무총장은 “31일 밤 차량이 모두 이동한 행궁동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며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회고했다.

◇사람 중심 교통으로 전환할 필요성 확인

행사 기간 행궁동을 방문한 사람들은 길을 걸을 때 차를 피하지 않아도 됐고, 오히려 간간이 들어온 상업용 자동차가 사람의 눈치를 보며 지나다녀야 했다.

도로를 차에게 내주고 사람은 육교로, 지하도로 피해 다니던 교통체계에서 사람이 중심 되는 생태교통을 이들이 체험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사람 중심의 교통체계를 회복하자는 수원시의 생태교통 제안은 세계 어느 도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교통체계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든 점, 한 달 동안 수원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치른 ‘생태교통 수원2013’이 남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낙후 원도심 투자 명분 도시재생 계기

‘생태교통 수원2013 ’은 기획 단계부터 화성 성안마을 원도심 재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세계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규제로 낙후된 점과 생태교통을 위해 불편을 감수한다는 점이 특정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의 명분이 됐다.

수원시는 차 없는 마을 행궁동에 130억원을 집중 투입해 도로를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인근 정조로, 북수동까지 상가 450여곳의 간판과 벽면을 정비했다.

도로가 화강석으로 포장되고 소나무 가로수, 쌈지공원, 옛길 벽화, 화단 등으로 장식돼 과거 쇄락했던 거리가 깔끔한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변했다.

이로 인해 행사 기간 행궁동 방문 인파가 인근 지역으로 넘쳐나며 행궁동 공방거리는 서울 인사동을 방불케 하는 특수를 누리고 수원천변 상가, 지동시장은 모처럼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등 파급효과도 확인됐다.

낙후된 도심의 변화를 확인한 시는 지역균형 발전 차원의 과제였던 원도심 재생에 대한 자신감을 찾고 앞으로 다른 원도심 지역에 대한 마을만들기 투자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인터뷰> ‘생태교통’ 총감독,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 “역사ㆍ문화ㆍ생태 잘 보존된 도시, 高부가가치 미래산업 가능성 제시”

“서로 이해하고 합의하면서 생태교통 행사를 잘 치러낼 수 있었다고 자평합니다.”

생태교통 2013 수원 행사의 총감독으로 활약한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

원래 협성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 부시장은 지난 2011년 2월 염태영 시장이 전격적으로 영입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주경력을 살려 시의 도시계획, 도시재생, 마을만들기, 환경 등 분야 업무를 맡아오다 이번 생태교통 행사의 지휘봉을 잡고 진두지휘했다.

특히 이 부시장은 직접 차 없는 불편을 체험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생각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봄, 행궁동으로 직접 이사를 할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6개월 가량 행궁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행사를 이끌어 온 그에게서 이번 행사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행사가 잘 마무리됐다. 소감은.

주변에서 모두 생태교통 페스티벌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해 줘 감사할 뿐이다. 행궁동 주민, 그리고 수원시민이 위대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행사 기간 내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행사에 대한 좋은 평가와 격려가 힘이 됐다.

-준비단계에서 주민들의 반대가 많았는데.

주민들에게 자동차를 버리고 걸어 다니라고 주문할 때 저항은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행사 도중 주민 반발이나 차량 제한에 대한 충돌 모습이 나타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라 각오하기도 했다. 행궁동을 방문한 세계 도시 대표들에게 생태교통 추진과정에 만나는 문제점이라고 보여주는 것도 괜찮다 생각했는데 주민들의 협조가 잘 이뤄져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생태교통 행사의 의미와 앞으로의 구상은.

이번 생태교통 페스티벌은 낙후된 행궁동에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명분이 되기도 했다. 이는 다른 원도심 지역에도 마을만들기를 적용해 도시재생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의미를 부여해 준다. 역사와 문화, 생태가 잘 보존된 도시도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미래산업이라는 생각으로 도시재생 분야를 이끌어 가겠다.

이지현기자 jh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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