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1천일 이상 외래 진료를 받는다는 것.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환자가 늘고 있다. 2009년에 30만명이었고 2011년에는 43만명이었다. 2년 새 43%나 늘었다. 이용 횟수 상위 1% 환자 중 60세 이상이 50%를 넘는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희국 의원(새누리당)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다. ▶자료에서 어느 20대 남자는 한 해 동안 17개 의료기관을 돌며 195회나 내원했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병원을 들른 꼴이다. 이렇게 받은 의료급여일 수가 총 6천261일이다. 투약 일수도 3천971일로 하루에 11일치를 매일 복용해야 처리할 수 있는 양이다. 처방대로 약을 제조 받
아 복용했다면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남자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월 4만9천350원만 내면 되는 건강 보험료다. ▶최근 서울대 병원이 조사한 암 사망자 실태 조사가 있다. 2001~2003년 298명 중 사망 2주 전까지 항암제를 쓴 사람은 17명(5.7%)이다. 그러던 비율이 2012년 206명 중 49명(23.8%)으로 늘었다. 사망 한 달 전부터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다가 숨진 비율도 같은 기간 2.7%에서 19.9%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고가 장비와 진료 기술에 의존한 ‘의미 없는 생’의 연장으로 해석한다. 비교된 두 기간 사이에도 암 진료비의 국가 보장성 확대라는 제도가 있다. ▶‘암ㆍ심장ㆍ뇌혈관ㆍ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집에 적혀 있던 문구다. 이 중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는 인수위 시절에 이미 제외됐다. 6월 발표에서는 나머지 의학적 비급여 중 일부에 대해서만 20~50%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또 축소됐다. 야권에서는 ‘00% 지원한다더니 25%만 지원하겠다는 것이냐’며 비난했다. 그런데도 추가로 들어가야 할 돈이 수조 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복지 난맥이다. 의료복지도 그 핵심 논제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정작 논란의 중심에서 빠진 게 있다. 복지 누수에 대한 고민과 대책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병원에서 진치고, 4천일치 투약 처방을 1년에 받고, 생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고가의 항암제를 투약받고…. 이런 ‘의료 쇼핑’을 막아 예산을 절감할 정책부터 내놔야 한다. 직장인 호주머니를 털 궁리는 나중 일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