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 폭발위험 소화기 수만개 교체 시급하다

인천소방당국의 안전대비 역량이 의심스럽다. 폭발위험성이 커 이미 14년 전부터 생산이 중단된 가압식 소화기 수만 개가 아직도 인천지역 각 가정과 건물 등 곳곳에 방치되고 있다니 놀랍다. 시한폭탄과 다름없는 소화기가 주변에 널려 있으니 위험천만한 일이다.

가압식 소화기는 내부에 소화액과 가압용 가스용기가 분리 내장돼 있어 작동 땐 가스용기 밸브가 열리면서 소화액과 섞이는 압력으로 소화액이 분사되는 구조다. 그런데 내부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면 소화기 전체가 폭발하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1999년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소화기가 습기에 오래 노출되면 용기가 부식돼 자동 폭발 위험이 크다. 또 생산된 지 오래 되고 낡은 소화기는 하단 용접부분이 녹슬고 부식돼 작동 중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8월23일 서울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나 공장주(64)가 불을 끄려다 가압식 소화기가 폭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조사결과 이 소화기는 생산된 지 35년이나 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01년 울산에서도 가압식 소화기 폭발로 한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압식 소화기는 그동안 110만여 개가 생산돼 전국적으로 판매됐으며 인천지역에도 수만 개가 각 가정과 공공건물 공장 등에 비치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인천시 중구 S시장 상가엔 19년이나 된 가압식 소화기가 하단부 등이 심하게 녹슨 채 비치돼 있는 등 상가와 가정·공장엔 언제 폭발할지 모를 낡은 구형 소화기가 방치된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소방안전본부는 가압식 소화기가 가정과 건물 등에 비치된 이후 이를 수거 폐기한 사례가 단 1건도 없다. 소방법상 소화기 비치는 의무적이지만 사용 연한을 따로 정한 규정이 없어 임의로 수거·폐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눈앞의 위험물을 보고도 남의 일 보듯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안전사고를 당할 때마다 으레 강조해온 것은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그러나 우리 주변 곳곳엔 아직도 가압식 소화기와 같은 안전위험 요소가 널려 있어 언제 어디서 안전사고가 일어날지 모를 불안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소방당국은 수거 강제권이 없다는 법 규정만 들먹이며 수수방관해왔다.

소방당국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가압식 소화기의 교체 권고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라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형식적인 교체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소방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새 기기인 축압식 소화기로의 교체작업을 현장 지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교체여부를 확인하는 철저한 점검도 필요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