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지법, 아동 성폭력범 56%나 풀어줬다

정용준 논설위원 yjjeo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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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아동 대상의 끔찍한 성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오히려 법원의 판결은 관대하기만 하다. 대법원에 따르면 인천지법의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10년 간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재판결과 총 233건 중 집행유예 선고가 45.1%(105건)에 달했다. 벌금 등 재산형을 선고한 경우도 11.2%(26건)나 됐다.

결국 아동 대상 성폭력범 절반 이상(56.3%)이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물러터진 솜방망이 처벌로 풀려나 우리 주변을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6년엔 30건의 재판 중 집행유예 56.7%(17건) 벌금형 6.7%(2건)로 실제 체형 받은 범죄자는 36.7%(11명) 뿐 나머지 63.4%(19명)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풀려났다. 또 2008년에도 34건 중 집행유예 50%(17건) 벌금형 14.7%(5건)로 64.7%(22명)가 풀려났고, 2010년엔 17건 중 집행유예 58.8%(10건) 벌금형 11.8%(2건)로 70.6%(12명)나 체형을 받지 않고 풀려났다.

법원의 판결이 국민 정서와 너무 떨어져 있는 것이다. 최근 아동 대상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성범죄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것이 곧 ‘국민의 법 감정’이다. 대법원의 양형 기준도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범은 징역 8~12년을 선고할 수 있고 전과나 범행횟수, 범행수법 등을 고려해 징역 11~15년까지 가중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원은 범죄자가 피해자와 합의·초범·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관대하게 처벌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가 피의자의 연령, 성행,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여론이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지탄해도 재판부는 법의 논리로 냉정하게 판단할 뿐이라는 것이다. 여론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일 터이다.

그러나 국민의 법 감정은 결론을 미리 정해 놓고 그 결론에 도달하도록 몰고 가는 ‘여론’과는 다르다. 아무리 정교하고 훌륭한 법 논리도 국민의 법 감정과 동떨어져 있다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 헌법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재판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은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적 의식을 뜻한다. 따라서 재판에 임하는 법관은 자기중심적 양심을 개입시켜선 안 된다. 법관의 양심엔 범죄로 부터 국민을 지키려는 단호한 의지와 악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척결의지가 있어야 한다.

성폭력범은 정신적 살인자다. 인륜을 파괴하는 중범죄자다. 이런 범죄자를 쉽게 풀어줘선 안 된다. 범죄자의 인권보다 범죄 피해자의 생명과 인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성범죄는 재범률이 매우 높고 치료를 요하는 상습적인 질환성 범죄다. 따라서 재범을 억지하기 위해선 적절한 치료와 함께 법정형에 따라 사회에서 최대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

 

/장용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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