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종 난민센터, 유화적 대화로 풀어야

유엔난민기구(UNHCR) 의장국 이름이 부끄럽다. 법무부가 인천시 영종도에 신축한 난민센터가 지역민들의 반대로 개청식도 갖지 못한 채 휴업상태다. 체면이 말이 아니다. 법무부는 지난 2009년 국회에서 난민법안이 발의(지난 7월부터 시행)되면서 영종도 운북동 3만1천143㎡ 부지에 난민센터를 착공, 행정·교육·생활동 등 3개동(연면적 6천612㎡)을 지난 8월 완공했다. 법무부는 이 3개동을 난민 신청자의 주거와 난민 인정자의 사회정착 교육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다. 난민센터반대대책위원회(대책위)는 난민센터가 개청되면 이 일대에 난민 신청자들이 집단촌을 형성, 범죄의 온상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난민들이 모두 위험한 사람이 아닐지라도 대책위의 우려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난민센터의 수용능력은 생활동에 겨우 82명의 난민 신청자 등이 기거할 수 있을 뿐이다. 법무부는 난민센터 이용 대상이 100여명에 불과해 집단촌 형성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나 실제는 다르다.

현재 난민 신청 심사대기자만 무려 1천700여명에 달하고, 이미 심사를 통과한 난민 인정자도 300여명이나 된다. 수용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입소하지 못한 난민 신청자와 아직 사회정착 교육을 받지 않은 난민 인정자들이 센터 주변에 천막 등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등 집단촌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이 치안을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책위는 또 애초 경기 파주 등에 설립하려다 주민 반대로 무산된 난민센터를 영종도에 둔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주민 설명회 등 절차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가 지금까지 실시한 주민 설명회라고는 지난 2010년 고작 10여명을 모아놓고 한 것이 전부다. 또 주민 반대를 의식, 건축허가 신청 때 난민센터를 숨기고 공항 부대시설인 출입국지원센터를 짓는다고 꼼수를 쓴 것은 온당치 못했다. 일방통행식 행정이다.

그렇긴 해도 법무부가 지난 7월 마련한 주민 설명회를 대책위가 거부, 무산시킨 건 잘한 일은 아니다. 무조건 설명회를 거부할 게 아니다. 자칫 님비(지역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다. 설명회에 적극 참여, 주민들의 의견과 주장을 제시하고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GCF사무국과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를 유치한 국제도시의 시민의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4일 최석영 주 제네바 대사가 유엔난민기구 집행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돼 우리나라가 유엔난민기구 의장국이 됐다. 이 위상에 걸맞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물론 이에 앞서 법무부가 해야 할 급선무가 있다. 주민들이 우려하는 치안 불안 해소책 등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종합적인 보완대책을 마련,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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