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마다 그 시대의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씨가 쓴 ‘피로사회’의 첫 구절이다. 저자는 21세기를 지배하는 주요 질병은 우울증ㆍ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ㆍ경계성 성격장애 등 신경증이라고 말한다.
2011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 중 368만명이 매년 우울증ㆍ강박증ㆍ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 진단을 받는다. 무기력ㆍ우울감ㆍ불안함 등으로 정상 생활이 힘든 기간이 2~3주 이상 지속돼 정신과 전문의 진료와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다. 병원 치료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스스로 조절이 힘든 불안ㆍ우울ㆍ화 같은 증상으로 힘든 시간을 2주 이내 경험한 성인까지 합치면 700만~900만명은 될 것 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질환자 중에서 전문가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사람은 15.3%에 불과하다. 적극 대처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마음이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마음의 병이 있음을 알아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병이 있는사람’으로 낙인 찍힐까봐 꺼리는 경향도 있다.
마음의 병을 방치하면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치료가 늦으면 자주 재발하고 심혈관질환, 암 같은 신체질환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냥 참고 넘길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유해야 하는 이유다. 힐링여행, 음악·미술 치료, 명상 등 마음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인식에 기초한다.
마음과 몸은 연결돼 있다. 어느 하나가 병들면 다른 곳에서도 증상이 나타난다.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이 있다면 문제가 생기기 전에 치유해야 한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으로 신체를 건강하게 하듯, 마음 건강도 ‘멘탈 피트니스(mental fitness)’를 통해 지켜야 한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원인을 없애는 모든 활동이 멘탈 피트니스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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