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디딤돌, 기부문화]1.문화예술계, 기부문화 정착에 고군분투

문화예술 싹 틔우는 기부문화 바람 솔솔

전 세계적으로 복합문화예술기관 및 단체에 대한 중요한 평가 지표로 공공성, 예술성과 더불어 경영성과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공적 자금 지원이 점차 메마르면서 적극적인 재원확보를 요구받고 있다.

이에 많은 문화예술기관이 한 대안으로 기부 및 모금 문화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로드맵과 전문 인력, 관련 시스템 등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개인과 기업 등에 기부를 요청하는 것이 ‘구걸’이라는 왜곡된 인식도 큰 걸림돌이다.

이에 경기일보는 총 5회에 걸쳐 국내외 관련 현황을 살피고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건강한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전국의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가 개인과 기업 등의 기부와 후원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엄기영)은 7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문화예술 기부 후원회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발족식을 갖는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강영중 대교 회장, 최흥집 하이원리조트 대표이사, 홍병의 시슬리코리아 대표이사 등 40여 명의 인사로 꾸려졌다.

이들은 앞으로 문화재단의 주요 전시공연사업 및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활동, 기타 모금 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

문화재단은 대외 협력네트워크인 아너 소사이어티를 기점으로 소액 정기후원에서 나아가 기업의 사회공헌 및 거액 후원유치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아너 소사이어티 발족은 문화재단이 지난 9월 대대적으로 선포한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문화 이음’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문화재단은 문화이음 선포식에서 문화예술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다양한 기부자 클럽 구성 및 적극적인 모금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문화이음 캠페인은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시대와 시대를 잇고 문화 참여의 통로를 만든다는 의미의 문화예술 기부 프로젝트다.

엄기영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문화예술계 재정상황은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금 및 후원 유치 등의 외부 재원조성 사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ㆍ이하 예술위)는 문화재단보다 앞서 기부문화 정착에 적극 나선 대표적 국내 문화예술기관이다.

오는 21일 12개 시ㆍ군문화재단 문화기부 활성화 협력방안을 토대로 한 ‘전국문화예술지원기관’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12개 시·도 문화재단은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강원문화재단,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광주문화재단, 대구문화재단, 대전문화재단, 부산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 전남문화예술재단, 제주문화예술재단, 충북문화재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이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문화예술후원 활성화를 위한 사업 개발 및 공동운영, 관련 사업의 공동 홍보를 위한 기고문 작성 및 홍보매체 활용 협조, 기관 간의 관련 정보·자료의 공유 및 유통 등에 협조키로 했다.

예술이는 또 지난달 18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국내 최초 대규모 문화예술후원행사인 ‘2013 문화예술 후원의 날’을 마련했다.

미국의 문화예술 후원단체인 AFTA의 ‘아트 애드보카시 데이(Art Advocacy Day)’를 응용한 것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예술원, 한국메세나협회 등과 공동으로 주관했다. 이 행사 역시 문화예술 후원에 대한 필요성과 예술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자리였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예술나무운동’을 발족시켰다.

범국민적 문화예술 후원 운동으로 기부 프로그램이 중요한 축이다. 개인이 소액으로 예술프로젝트를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비롯해 한 기업이 1인 예술가 및 예술단체를 지원하거나 불특정다수와 예술인이 물품과 재능을 기부하는 다양한 기부제도를 운영중이다.

지역문화재단 최초로 기부 전문 홈페이지를 오픈한 수원문화재단 역시 문화예술에 대한 후원 활성화를 적극 도모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싹을 틔우자’를 모토로 한 자발적 모금 사업 ‘SSAC(싹)’을 브랜드화하며 ‘무예24기 백동수 프로젝트’, ‘에디트 피아프 프로젝트’(수원화성문화제) 등을 추진해 총 2천700여명의 후원자를 모집했다.

이처럼 각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는 제각각 기부 사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금액을 축적하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민간의 기부 열풍을 기대하는 것은 하나같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문화예술계에 대한 기업 지원 현실은>

예술지원금 감소… 기부확대 메세나법 추진 팔걷어

전국의 문화예술기관과 단체가 지원금 모금에 적극 나섰지만 정작 현실은 정반대다. 경제 불황에 고액 기부자인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이 줄어들었다.

한국메세나협회가 지난 7월 발표한 문화예술사업 지원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2년 국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총 1천602억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이는 국내 매출 및 자산총계 기준 상위 500대 기업과 메세나협회 회원사 등 총 65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총지원금은 기업 직접 지원금 1545억1400만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조건부 기부금 57억5800만원을 더한 액수다. 조건부 기부금은 기부자가 지원 대상(예술인 또는 예술단체)을 지정해 후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원 건수도 1천608건에서 1천357건으로 15.5%나 크게 줄었다. 세계적 경제 위기에 흔들리는 불안정한 국내 기부 문화 현실을 방증한다.

다만 이 설문조사에서 문화예술계에 희망을 안기는 것도 있다.

조사 결과 지원금 중 가장 많이 쓰인 부문은 문화예술 시설 운영 등 인프라(856억 7900만원)였으며, 문화예술 교육 234억7000만원, 서양 음악 150억9300만원, 미술·전시 81억6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교육 분야(19.4% 증가)를 제외하곤 모두 20%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면 그간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전통예술, 문학, 국악 부문은 36.3%, 21.4%, 10.2% 로 지원액이 크게 늘었다.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만큼이나 그간 상대적으로 지원이 빈곤했던 부문에 지원금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기부자의 관심 영역이 넓어졌음을 보여준다.

또 같은 기간 지원 기업 수가 509개사에서 566개사로 11.2% 증가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비록 총 지원금 규모는 줄었지만, 중소기업에까지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확산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메세나협회 관계자는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부문에 지원금이 증가하고 지원기업수가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고 의미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메세나협회는 예술을 국가의 신성장동력이 될 문화산업의 뿌리로 보고 기업의 기부 확대를 위한 ‘메세나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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