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인천공항 외국인 에스코트ㆍ주차대행

‘짧은 만남이 한국의 첫인상’ 극심한 긴장감으로 시작했는데…

과연 인천국제공항의 서비스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들리는 이야기로는 세계 1위라는데, 그게 어느 정도일까?

국제공항협의회(ACI) 주관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8년 연속으로 세계 1위 공항으로 등극하는 등 전무후무(前無後無) 한 기록을 세운 인천국제공항. 꾸준한 서비스 개선과 정부의 정책지원, 상주 기관이나 협력사의 적극적인 협력 등을 통해 라이벌인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중국 베이징 공항을 제치고 독보적인 서비스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총 3만 5천여 명에 달하는 종사자들이 인천공항에 근무하면서 항공권 예매부터 호텔·로밍·환전·렌터카·주차대행, 빠른 출입국 심사까지 고객서비스를 항상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 등으로 인천공항의 서비스를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듯, 직접 경험해 봐야 인천공항의 서비스를 정확히 알 수 있다.

내가 만약 외국인이라면 “비행기에서 내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미리 예약해 놓은 호텔까지 어떻게 가지? 한국말도 잘 못하는데, 버스나 택시를 잘 탈 수 있을까?”라든지, 내가 만약 해외에 나간다면 “인천공항까지 가서 내 차는 어떻게 하지? 장기주차? 단기주차? 어느 주차장으로 가야 하지?”라는 고민. 누구나 해봄 직한 고민이다.

그래서 외국인이 한국(인천)에 도착해 출입국심사를 마치고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입문을 빠져나오자마자 첫 번째로 만나는 서비스와, 내국인이 외국에 갈 때 인천공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만나는 서비스. 인천공항에서 이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을 직접 해봤다.

■“Welcome to Incheon!”…외국인 대중교통(택시) 안내 서비스

지난 11일 오후 4시 인천국제공항 1층 출국장 앞. 싸늘한 바람이 부는 초겨울 날씨 때문인지, 아니면 새로운 직업을 체험한다는 것 때문에 생긴 것인지 모를 긴장감 몸을 감쌌다. 우선 인천공항공사에서 지급받은 두꺼운 점퍼를 입었다. 군데군데 형광색으로 되어 있어서, 멀리서 봐도 쉽게 눈에 띌 옷을 입고 인천공항 5번 출입문 앞에 섰다.

송정경 공항공사 상업영업처 교통영업팀장으로부터 사전 교육이 시작됐다.

송 팀장은 “여기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처음 도착하는 곳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안전하게 잘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에스코트(Escort)하는 것이 임무입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비록 우리와 그들이 만나는 시간은 매우 짧겠지만,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첫인상을 심어주기엔 충분한 시간입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서비스해야 하는 이유입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을 때 공항 밖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내가 되는 셈이다.

오늘 함께 교통안내를 할 장진동군(25)도 소개받았다. 임무는 공항 출입구에서 짐을 들고 나오는 외국인들이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잘 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현재 대중교통 안내 서비스에는 기존 요원들과 함께 영어·일본어·중국어 등에 능통한 대학생들이 ‘인천공항 영서포터즈’로 활약하고 있다. 짧게 ‘영포’라고 불리는 이들은 공항 안에서 입·출국을 도와주거나, 공항 밖에서 교통이용 안내를 해주고 있다.

송 팀장은 “우리는 항상 웃는 모습을 유지해야 하고, 외국인이 오기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뛰어가서 필요한 게 없는지 물어야 하고, 외국인이 택시를 잘 타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전달한 뒤 택시 문을 닫아주는 일까지가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인천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장진동군은 영포로 활동하면서 짭짤한(?) 수익도 챙기고, 그동안 공부한 영어를 직접 다양한 외국인 상대로 써보고, 인천공항이라는 곳에서 일해보면서 세계로 향한 꿈과 열정을 가질 수 있는 1석 3조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공항에 이용객이 몰리는 시간(첨두시간이라고 함)인 오전 7시~9시 30분, 오후 4시~6시 30분, 오후 9시~11시 30분 등 3가지 시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짧은 시간에 비해 하루 4만 2천 원이나 받을 수 있어 꽤 좋은 아르바이트라고 한다.

영어를 잘하는 장군이 있어서 안심이지만, 과연 내 짧은 영어실력으로 외국인을 잘 맞을 수 있을지가 걱정만 컸다.

■“Where are you going?”

처음 만난 외국인은 영국에서 온 로버트(Robert)와 그 일행.

로버트가 길 건너편에서 신호등 대기하고 있을 때부터 내 입에서는 어디까지 가는지를 묻는 ‘Where are you going?’이 계속 맴돌았다. 그 덕분에 간단한 인사인 ‘Hi’조차 못한다는 것을 잊었을 정도.

어렵게 질문을 건넸고, 돌아온 대답은 택시를 타고 서울 워커힐호텔로 간다는 것. 곧바로 나와 장군은 로버트를 안내했다.

로버트와 일행의 대형 여행용 가방을 대신 끌어주며 걸어서 도착한 곳은 50여m 떨어진 택시 승강장. 주차되어 있던 한 택시기사에게 로버트 일행의 짐을 넘겨주고, 목적지인 워커힐호텔을 안내했다.

이후 영어로 된 택시이용불편 신고엽서에 날짜와 행선지, 택시번호 등을 적은 뒤 신고엽서를 로버트에게 전했다. 이 신고엽서엔 서울·인천·경기 주요지역까지 가는 택시(모범·대형)의 예상요금과 거리, 소요시간 등이 적어져 있어서 자칫 로버트가 바가지 택시요금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막아준다. 또 부당요금 신고전화 안내 등도 함께 안내되어 있다.

로버트가 택시에 탄 것을 확인하고 “Good bye, Have a nice trip”이라는 짧은 생활영어를 내뱉고서야 한 번의 일을 끝낸 것을 알았다. 2분여 동안의 일이었지만, 처음이라는 것과 잘해야 한다는 것에 극심한 긴장감을 느낀 탓인지, 2분이 2시간 같았다.

쉴 틈은 없었다. 또다시 출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고, 나를 기다리는 외국인은 계속 출입구를 빠져나왔다. 러시아에서 한국을 찾은 5명의 남녀 여행객들이 서울 플라자호텔까지 잘 갈 수 있도록 택시를 잡아주고, 웃는 얼굴로 손까지 흔들어줬다.

이러기를 수십 차례. 벌써 1시간여가 지났다. 이제는 긴장감보다는 외국인들에게 더 웃는 얼굴로, 더욱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잘 안내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새 여유마저 생겼다. 아마도 특별한 질문을 받지 않은 탓일 것이다. 어려운 질문은 모두 나와 함께해준 장군이 맡았으니.

■입국장 주차 대행 서비스 및 입국장 교통정리

출국장에서 외국인 에스코트를 마친 뒤, 3층 입국장으로 향했다. 3층 입국장 5번 출입구 밖에는 공항에 도착하는 많은 차량과, 그 차량에서 짐을 챙겨 내리는 여행객들로 붐볐다.

파란색 유니폼을 챙겨 입고, 한 손에 경광등을 든 채 주차하는 차량으로 인해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차량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천공항을 감싸고 도는 싸늘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이를 신경 쓸 새도 없이 차량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입국장으로 몰려들었다.

이어 할 일은 주차대행. 인천공항 공식주차대행을 맡은 한 업체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주차대행일을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기자를 가르쳐 줄 경력 10년차 오상록 팀장(60)을 만났다.

오 팀장은 “주차대행은 말 그래도 철저한 서비스 정신에서 시작됩니다. 친구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자신의 차를, 우리를 믿고 맡기는 것인 만큼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것은 기본입니다”라며 “특히 외국으로 나가는 여행객들에겐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나는 서비스가 우리이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하면 그것은 곧 인천공항의 이미지가 나빠지기에 최대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주차대행은 주차대행 ‘접수’와 주차를 해주는 ‘발렛’, 주차장에서 차량을 관리하는 ‘관리’, 자동차 열쇠를 관리하는 ‘키 관리’, 각종 주차대행 기록을 책임지는 ‘전산’ 등으로 세분화된다.

오 팀장에게 한참 주차대행 접수하는 것에 대해 설명을 듣던 도중, 마침 한 승용차가 입국장에 미끄러지듯 도착했다. 가족들이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어서 오십시오. 주차대행 서비스입니다.”라는 말을 시작으로 접수증에 일시, 차량 종류 및 번호, 귀국예정일시 등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다.

차량 전체를 둘러보며 차량에 흠집이 있는지 없는지를 체크하는 일이 그것. 자칫 주차 대행하는 과정에서 흠집이 나 문제가 생기는 것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를 모두 체크하면 차주의 동행을 받아야 접수과정이 마무리된다.

이후 봉고차에서 내린 발렛 전문 요원이 차를 몰고 인천공항 주차장으로 차를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주차대행의 모든 일이 끝났다.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곧바로 다음 주차대행을 신청한 여행객을 향해 걸음을 옮겨야 했다. 보통 입국장에 들어온 차량 10대 중 1~2대는 주차대행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민우기자 lmw@kyeonggi.com

사진= 장용준 기자 jyjun6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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