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동학대

임양은 논설위원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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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하게 태어나 따듯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며 모든 어린이들이 차별 없는 존엄한 인간으로’ 어린이 헌장의 한 대목이다. 대체적으로 현대사회의 어린이들은 행복하다. 그러나 응달진 곳도 있다. 관계 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2008년에 5천578건이던 것이 해마다 늘어 5년 사이인 2012년 말 현재로 6천403건에 이르렀다. 미신고 건수를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2000년 영국에 9살 된 빅토리아 클림비라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난 클림비는 가난을 피해 이모 할머니를 따라 모국으로 갔다. 그러나 이모할머니와 그녀의 남자 친구에게 모진 학대를 당한 끝에 저체온증으로 숨졌다.

클림비의 주검에는 밧줄로 묶인 흔적과 담뱃불로 지진 상처가 남아 있었다. 이 것이 큰 사회문제가 되자 영국 정부는 사회서비스는 제대로 작동했는지, 병원과 경찰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2년여에 걸친 장기조사를 벌여 400여 쪽에 이르는 클림비보고서가 나오게 되어 이를 바탕으로 아동보호법을 개정하고 아동 보호 프로그램도 처벌 위주에서 예방 위주로 바꿔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 정부는 클림비보고서에 380만 파운드(한화 약 65억원)를 투입했다.

지난 21일 울산시 울주군에서 8살 난 여아가 40살 된 계모에게 폭행 당해 숨진 사건에 대해 아동단체들이 경위와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죽은 그 아이는 1시간 동안 주먹과 발로 맞아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졌는데 이전에 2011년 서울서 살 때 이미 유치원 교사의 신고로 계모 학대의 판정을 받은 바가 있었으나 이사하면서 민관 등 관계 기관의 시야에서 사라져 죽음에 이른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아동단체는 세이브더칠드런, 굿네이버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한국아동권리학회, 한국아동복지학회 등으로 이들은 ‘울주 아동학대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남윤인순) 간판으로 활약한다.

우리 나라는 아동학대에 아직은 처벌중심이나 하루 빨리 예방중심이 되어야 한다. 한국판클림비보고서가 나올 것인지 추이가 주목된다.

임양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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