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장성택 내친 北…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 강화

대대적 TV 보도… 마약·여자문제 등 개인적 신변 비리까지 낱낱이 열거
숙청 방식 리영호때 보다 더 강력하고 이례적… 정부 “대내외 동향 주시”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이 9일 공식 확인된 가운데 북한의 실각사실 공개방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장 부위원장의 죄목을 일일이 공개한 것뿐 아니라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해임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결과를 전하며 장 부위원장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7월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당시 군부 실세로 통했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을 해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노동당 정치국회의가 김정은 체제 들어 주요 의사결정 기구로 자리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당시 북한 매체는 리영호를 신병관계로 해임했다고만 발표하고 구체적인 해임 배경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면 장성택은 칭호 박탈과 출당·제명이라는 강력하고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는 북한 내에서 장성택 숙청이 리영호 숙청보다 더욱 엄중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다뤄졌으며 2인자였던 장성택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김정은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음을 짐작케 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요한 결정을 공식회의체를 통해 결정하는 것을 새로운 특징으로 볼 수 있다”며 “김정일 시대 때는 없었다. 김정일 시대에는 정치국 회의라는 것이 아예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장 부위원장의 실각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여자문제’와 ‘마약’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전에는 없던 모습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장 부위원장의 실각 이유로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 반인민적 범죄행위와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향상에 막대한 지장, 내각중심제, 내각책임제 원칙 위반, 여성과의 부당관계 및 고급식당에서의 술 놀이, 마약 등 문란한 사생활 등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장 부위원장이 이날 회의 직후 인민보안원에 의해 끌려가는 장면도 북한방송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우는 장성택의 개인적인 신변상 비리까지도 낱낱이 열거한 게 특징이다. 이런 사례는 처음인 것 같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특히 장 부위원장이 북한의 지하자원을 헐값에 넘겼다는 것 역시 경제에 대한 문책성 실각보단 장 부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하나의 명목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행보가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 확립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내부 단결을 위한 조치라는 관측이다.

또 이러한 이례적 조치는 김정은 체제 들어 가장 강력한 숙청작업을 예고한 것으로 정부는 향후 관련 후속조치들을 주목하며 북한의 내부동향과 대외관계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해인기자 hik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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