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내년 본예산 거부’ 초유 사태 오나

로봇랜드구월농산물시장 이전 사업비 등 市핵심사업 예산 삭감

인천시의회가 결정한 내년도 본예산안을 인천시가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조짐이다.

시의회는 지난 11일 예산결산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본예산 규모를 세입 7조 8천254억 원에서 118억 원 상당을 늘려 7조 8천372억 원으로 수정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러나 내년에 반드시 추진해야 하거나 규모를 축소하기 어려운 사업의 예산 일부가 삭감되고 시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 등이 증액되자 시가 반발하고 있다.

시의회는 로봇랜드 조성사업비 166억 원 가운데 18억 원을 삭감, 148억 원으로 조정했다. 로봇랜드는 국비와 시비를 1대 1로 부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국비확보에도 문제가 된다. 현재 국비는 134억 원가량 반영돼 있다. 국회 예결위에서 66억 원을 더해 200억 원으로 증액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비는 늘려달라고 하면서 시비를 삭감하면 인천시 신임도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게 시의 설명이다.

또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비 521억 원 가운데 토지매입비 12억 4천여만 원이 삭감되고, 원도심 저층 주거지관리사업 13곳에 대한 사업비 350억 원 가운데 17억 5천만 원이 삭감됐다. 시는 시장 이전 첫 단계인 토지매입비가 삭감되면 이전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도심 저층 주거지관리사업은 송영길 시장이 내놓은 공약 중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다.

이뿐만 아니라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건설 지방채 상환이자 20억 원, 송도 1공구 공유재산 회계 이관에 따른 토지대금 납부액(570억 원) 중 5억 원도 삭감됐다.

반면 시의원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은 여전했다.

시의회는 당초 내년 예산안을 원칙적으로 긴축심의, 예산총액 범위 준수, 지역구 챙기기 및 선심성 예산 편성 지양 등의 기조를 밝혔다.

하지만, 상임위, 예결위를 거치면서 지역축제 등 행사성 예산이 2천500만~3억 원씩 증액됐고, 생활체육대회 예산도 요구액보다 1천500만~6천만 원씩 증액됐다. 충장공 어재연 장군 충장사 건립 토지매입비 1억 원은 신설됐다.

시의회는 오는 16일 212회 정례회 3차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시는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재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주요 예산사업을 삭감하게 되면 사업을 추진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의회의 예산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의회 관계자는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일부 의원이나 위원회가 의회 방침과 다르게 예산을 편성해 문제 제기를 하고, 예결위에서 조정했다”며 “예산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의회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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